9일 새벽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다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구속 영장실질심사 하루 전 허리디스크 수술 일정으로 심사를 미뤄달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내고, 심사 당일에는 심사 포기 의사를 밝힌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52)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법원 안팎으로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실이 지난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서울중앙지법에서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은 심사건 32건 중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2017년 전국 법원으로 범위를 넓혀도 피의자가 불출석한 101건의 실질심사 중 단 1건만 기각됐다.
영장실질심사제도는 구속 기로에 놓인 피의자가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불린다.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판사를 직접 만나서 혐의에 대해 소명하고 도주 우려가 없어 구속할 필요성이 낮다는 점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수사기록을 서면으로 심리한 법관이 영장을 발부했는데 1990년대 중반 두 차례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판사가 직접 피의자 심문을 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대법원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도 피의자 심문의 절차가 상세히 규정돼 있다. 예규 45조는 영장실질심사에서 법관이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직접 피의자에게 심문하며 피의자가 직접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구속의 남용을 막고 피의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도 드물다. 2017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뤄진 3090건의 영장실질심사 중 3087건이 피의자가 출석한 상태에서 이뤄졌다. 전체 구속 영장실질심사 중 피의자가 불출석한 심사가 단 3건뿐이었다는 뜻이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부분 피의자는 유명한 전관 변호사를 써서라도 구속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만은 피하려고 한다"며 "영장심사 출석을 포기하는 것도 이례적인데 이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사례는 더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영장실질심사에 나오지 않는 피의자에 대한 영장 발부는 관성적으로 이뤄진다고 할 만큼 당연시돼왔다"며 "스스로 영장심사를 포기한 것은 판사에게 죄를 인정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판사 출신 변호사는 "보통 영장 심사에서 판사는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한지, 도주 우려가 있는지, 죄는 인정하는지 등을 묻고 피의자는 자신이 억울한 부분이나 범죄에서 다투는 부분을 판사에게 집중적으로 호소하고 심정을 토로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과정 없이 배임수재 혐의의 한쪽 당사자만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에는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 전 대통령 측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 있다.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고, 서면으로만 이뤄진 심사 끝에 구속됐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심사에 출석하지 않은 점이 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였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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