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태도 변화 압박하고자 ICBM 발사 재개 가능성 암시한 듯
국방 분야 자력갱생 소개…"적대세력 철퇴로 짓부수는 뇌성들"
북한, '자력갱생 역사' 기록영화 방영 |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북한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공개한 기록영화에 발사 중단을 선언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장면을 다수 포함해 눈길을 끈다.
앞으로 미국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 시험발사를 다시 할 수도 있다는 암시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TV는 9일 '자력으로 승리 떨쳐온 빛나는 역사'라는 제목의 새 기록영화를 방영하면서 "장구한 기간 자력갱생을 조선 혁명의 생명선으로, 번영의 보검으로 틀어쥐고 승리의 역사를 아로새겨온 우리 당의 성스러운 혁명 영도사"라고 강조했다.
영화는 총 100분 분량으로 역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정권의 각 분야 자력갱생 성과를 전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건 후반부에 약 4분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방 분야 자력갱생을 소개한 부분이다.
영화는 300㎜ 방사포, 북극성-1형, 북극성-2형, 화성-12형, 개량형 스커드, KN-06 지대공미사일, KN-02 지대함미사일, 스커드-ER, 북한판 이스칸데르,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초대형 방사포, 북극성-3형 등 김 위원장 집권 기간 시험발사한 무기를 전부 담았다.
영화는 북한의 마지막 ICBM 발사인 2017년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에 '11월 대사변'이란 자막을 달았다. '사변'은 '엄청난 일'을 의미한다.
스톡홀름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지난 7일 귀국길에서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 두고 보자"고 말했다.
북한, '자력갱생 역사' 기록영화 방영 |
이런 발언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나오지 않을 경우 ICBM 시험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엄포성 발언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지난해 4월 20일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결정서에서 '핵·경제 건설 병진노선' 대신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면서 핵실험과 ICBM의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에 ICBM 발사 장면을 넣은 것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압박이자 ICBM 등 신형 무기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핵실험 장면은 영화에 없었다.
또 눈보라가 몰아치는 백두산에 김정은 위원장이 검정 코트를 입고 서 있는 모습을 통해 적대세력에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했다.
영화는 비장한 음악과 함께 미군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 영상 등을 보여주면서 "국가의 존망을 판가름하는 준엄한 시기"라고 강조, 최고지도자와 전 주민의 일심단결로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북한, '자력갱생 역사' 기록영화 방영 |
북한, '자력갱생 역사' 기록영화 방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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