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 먼디'로 부산영화제 찾아…"'기생충' 등 한국 영화 좋아해"
'글로리아 먼디' 감독과 주연 맡은 부부 |
(부산=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영화는 한 나라를 외국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매체인 만큼, 국가가 영화 산업을 지원해야 합니다."
영화 '글로리아 먼디'를 들고 제24회 부산영화제를 찾은 프랑스 출신 로베르 게디기앙(66) 감독의 말이다.
게디기앙 감독은 1980년 '라스트 썸머'로 데뷔해 수십편의 작품을 연출했지만,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프랑스 공산당에서 활동하기도 한 그는 일관되게 노동 계급의 입장에서 정치적이고 사회 비판적인 영화를 만들어왔다.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글로리아 먼디'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이유로 가족을 만나지 못했던 남자가 재회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통해 감독이 보는 현시대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주연 배우이자 게디기앙 감독의 아내이기도 한 아리안 아스카리드(66)는 이 영화로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글로리아 먼디' |
복역 중이던 다니엘(제라르 메리앙)은 전처 실비(아리안 아스카리드)로부터 딸 마틸다(아나이스 드무스티에)가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출소 후 가족이 사는 프랑스 마르세유로 돌아오고 그곳에서 자신이 떠난 후 실비와 함께 가족을 꾸린 리샤르(장 피에르 다루생)와 딸 마틸다의 남편 니콜라(로벵송 스테브넹)그리고 손녀 글로리아를 만난다.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살던 딸의 가족에게 뜻밖의 사건이 발생하고,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다니엘은 최후의 선택을 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잘못을 저지르게 되지만, 이들을 동정하거나 비난하지는 않는다. 비판의 초점은 실효성 없는 복지정책이나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에 맞춰져 있다.
'글로리아 먼디'로 부산영화제 찾은 로베르 게디기앙 |
게디기앙 감독은 9일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글로리아 먼디' 속 인물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피해자다"라며 "그런 인물들을 만들어낸 사회를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니엘은 이 가족을 위해 본인을 희생합니다. 아름다운 행동입니다. 다니엘 같은 영웅을 필요로 하는 나라는 불행하다고들 하죠. 그러나 영웅이 필요치 않은 나라가 존재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제목인 '글로리아 문디'는 '세상의 영광'으로 번역할 수 있다.
감독은 "'세상의 영광이라는 것은 이렇게 지나간다'는 문장에서 따 왔다"며 "결국 세상의 영광은 일시적이다. 그러나 불행한 사람들은 그것조차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영화는 국경을 넘어서 보편적인 영화가 된다"며 "특히 이 중에는 생존·투쟁과 관련한 주제의 영화가 많다"고 말했다.
프랑스에 소개된 여러 한국 영화를 봤다는 게디기앙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언급하며 "정치적인 면과 계급 간의 갈등을 매우 영리하게 연출했다"며 "영화 속 메시지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감독으로는 김기덕을 꼽았다.
게디기앙 감독은 같은 배우들과 계속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함께 부산을 찾은 그의 아내이자 뮤즈인 아리안 아스카리드 역시 수십 년째 그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아리안 아스카리드는 연기관에 대해 "어렵고 잔인한 직업이지만, 연기할 때는 즐겁게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그대로 표현한다"며 "잡지에 멋있게 등장하는 것보다는 내가 맡은 인물을 믿고 받아주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리아 먼디'로 부산영화제 찾은 아리안 아스카리드 |
두 사람은 기자회견 내내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남다른 금슬을 자랑했다.
게디기앙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를 묻자 아리안 아스카리드는 "제가 대학생 노조 대표로 연설을 한 적이 있었는데 끝나고 나서 게디기앙 감독이 와서 '말 너무 잘한다'고 했다"며 "그때 나는 '이 미친 x은 누구야?'라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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