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 점수 불리해 수요자 외면
응시자 급감에 전형료 수입 '뚝'
서울대 발전기금으로 적자 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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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토익 등 해외영어시험을 대체하기 위해 내놓은 ‘토종 영어시험’인 텝스가 응시자 급감으로 존폐의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산점수가 다른 시험에 비해 불리하다고 판단한 수요자들이 텝스를 외면하고 있는 탓이다.
9일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텝스 응시인원은 지난 2010년 41만2,701명에서 지난해 9만2,602명으로 5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전형료 수입도 2010년 161억원에서 지난해 36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전형료 수입이 감소하자 텝스 관리위는 급기야 서울대 발전기금에서 16억원을 지원받아 적자를 메우기도 했다.
응시자들이 텝스 응시를 꺼리는 이유로는 ‘불리한 환산점수’가 꼽힌다. 법무부는 사법시험시행령을 개정한 2001년 당시 영어과목 대체시험을 도입하며 토익 700점을 텝스 625점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후 행정고시, 국가공무원 채용 등에서 이를 준용하며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같은 영어 실력이더라도 텝스를 봤을 때 받는 점수가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국가 공무원 공채에서 텝스를 영어성적 자료로 제출한 이는 전체의 2.8%에 불과했다. 텝스 측은 토익 700점에 해당하는 텝스 점수를 625점보다 52~53점 낮은 572~573점으로 보고 있지만 정부는 이전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도 서울대 측은 대책 마련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텝스 관리위는 2007년과 2011년에 각각 한 번씩 진행한 연구 외에 다른 연구 용역은 실시하지 않았다. 텝스 관리위 관계자는 “인사혁신처 등 영어성적을 채용에 인정하는 관련 부처와의 협의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연구만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운영 악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나오자 텝스 관리위는 지난해 990점 만점이던 텝스를 600점 만점으로 개편한 ‘뉴 텝스’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뉴 텝스 역시 응시자들이 느끼는 환산점수의 불리함은 여전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임 의원은 “텝스 응시인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이유는 타 시험에 비해 불리한 환산점수 체계, 활용도의 한계 문제인데 서울대가 이를 알면서도 방치한 것은 업무태만”이라며 “토종 영어시험의 응시인원 제고 및 텝스 정상화를 위해 환산점수 체계 개선 등 전반적인 개선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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