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은 규정 무시…심사도 안한 시당은 '나몰라라'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이 지난1월30일 외유성 해외연수 근절 결의대회를 열었다 /© 뉴스1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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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이 '외유성 연수'를 근절하겠다며 내부 규칙까지 만들었지만 의원도 시당도 지키지 않는 '허울뿐인 규정'으로 전락했다.
의원들은 '몰라서', 시당은 '시간이 없어서' 심사를 하지 못했다고 변명하면서 외유성 연수 근절 의지가 있느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8일 민주당 광주시당에 따르면 올해초 예천군의회 해외연수 가이드 폭행사건을 계기로 지난 7월 시당 차원에서 '지방의원 국외연수 규칙'을 만들었다.
연수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당내외 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위원들의 심사를 거친 후 연수를 보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규칙을 만든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시당 차원의 연수 심사는 형식적으로 이뤄지면서 '빛좋은 개살구'가 됐다.
광주 서구의원, 공무원, 복지관 관계자 등 26명은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호주 시드니로 '고령친화도시 선진사례 해외연수' 출장을 다녀왔다.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WHO 고령친화도시로 가입한 회원국의 선진사례를 조사하고 서구 여건에 맞는 양질의 정책을 고안한다는게 연수 목적이었다.
구의회는 김태영 부의장을 비롯해 김영선 의회운영위원장, 오광교·고경애·윤정민·박영숙 의원 등 6명과 의회 사무국 직원 3명이 참여했다. 구청에서는 집행부 공무원 7명과 노인복지관 관계자 10명이 함께 했다.
서구의회는 구의원 등 9명에게 일비, 식비, 숙박비, 항공료 등으로 1인당 198만원씩 총 1782만원의 출장비를 지급했다. 구청은 2500만원을 지원했다.
구의원들은 '지방의원 국외연수 규칙'에 따라 연수 실시 30일 전까지 자문위원회에 계획서를 제출해 연수의 타당성과 적절성 등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출국 10일 전에서야 계획서를 시당에 전달했고, 시당은 "자문위 구성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심사 절차를 생략했다.
소관 상임위 의원들이 적절하게 참석했는지, 일정은 연수목적에 맞는지, 전문가 자문을 받아 연수계획을 체계적으로 짰는지 등 연수의 타당성을 점검할 기회는 없었다.
결국 수천만원에 달하는 세금이 들었지만 의원들은 통보만 하고 연수를 떠난 셈이 됐다.
의원들은 "집행부 요청으로 간 연수라 연수 계획서 제출 대상인지 몰랐다. 독자적 연수였다면 연수계획서를 시당에 제출했을 것"이라며 "규칙이 지난 7월에 제정되면서 의원들이 세부 규정을 잘 몰라 빚어진 일로 일부러 심사를 받지 않으려던 의도는 아니었다"고 궁색한 해명을 했다.
민주당 광주시당의 대응도 궁색하긴 마찬가지다. 해외연수 사전심사가 없었다는 지적에 "연수성격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동문서답식 답변을 내놓았다.
광주시당 관계자는 "규칙은 강행규정도 아니고 징계사유는 더더욱 아니다. 연수보고서를 검토하고 연수 전반적인 성격을 파악한 후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문위 자체가 연수를 떠나기 전 적절성을 평가한 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절차도 생략하고 이후 대책도 나몰라라식인 셈이다.
황당한 건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보고서 작성이다. 민주당 광주시당이 '연수 보고서'를 검토한 후 대책을 논의한다고 하자 당장 서구의회는 '제대로 된 보고서 작성'이 발등의 불이 됐다.
연수 보고서는 연수를 다녀온 의원들이 작성해야 하지만 오롯이 실무 공무원들의 몫이 됐다는 게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서구청 한 공무원은 "서구의회 공무원들이 연수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의회와 민주당 광주시당이 잘못한 뒷처리를 공무원들이 떠맡은 꼴"이라고 혀를 찼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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