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여성 감독들. <69세> 임선애 감독, <경미의 세계> 구지현 감독, <찬실이는 복도 많지> 김초희 감독,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공동연출 김동령 감독(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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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주목받은 한국영화 중 하나는 김보라 감독의 <벌새>다. 지난 8월 개봉한 <벌새>는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1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최근 노르웨이 최대 규모 베르겐국제영화제에서 공동대상을 받는 등 국내외 주요 영화제에서 상을 27개나 받았다. <벌새>가 관객에게 첫 선을 보인 건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부산영화제)에서다. <벌새>는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우수 작품상에 해당하는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지난 3일 개막한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도 <69세> <버티고> <야구소녀> <니나 내나> 등 많은 한국영화들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부터 한국영화를 담당하는 정한석 부산영화제 선정위원(프로그래머·45)을 지난 7일 만났다. 정 위원은 “<벌새>는 작년 부산영화제가 발굴한 영화나 마찬가지”라며 “<벌새>처럼 획기적인 성과는 아니라도 올해 선정작 중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한국영화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선정위원이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인터뷰 뒤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김경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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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위원은 올해 부산영화제 속 한국영화의 특징으로 여성 감독들 영화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첫번째 또는 두번째 장편을 연출한 신인 감독들을 발굴하는 ‘뉴 커런츠’ 부문과 올해 제작된 독립영화로 구성되는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 13편 중 8편이 여성 감독 영화(공동연출 포함)다.
정 위원은 “단지 감독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선정할 수는 없지만, 만약 여성 감독 영화가 너무 없었다면 의식했을 것 같다”며 “일단 영화를 선정할 때 작품만 본다. 영화를 보고 흥미로우면 이후에 (감독이 누군지 등) 작품 정보를 본다. 선정하고 보니 절반이 넘는 수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의제로 여성 감독 영화가 상영된다는 수준을 넘어 창작자가 가진 창작력에서 진일보했다”며 “단순히 신인 감독 중 여성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뛰어난’ 여성 감독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밀의 정원> 박선주 감독,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은미> 정지영 감독, <하트> 정가영 감독(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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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한국영화 탄생 100주년이다. 지난 100년간 한국영화가 위기가 아닌 적은 없었다는 자조적인 말도 있지만, 특히 최근에는 주류(상업)영화가 개성 없이 천편일률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정 위원은 “올해 선정해보니 ‘위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좋은 프로젝트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독립영화 쪽에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영화를 만든 신인 감독인데 주류영화로 데뷔하며 그저 그런 영화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며 “안전제일주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극한직업> <생일> <엑시트> 같은 좋은 주류영화도 있지만 보다 과감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 스튜디오에 흥행에 대한 안정적 매뉴얼과 정량화된 계산법이 있을 것이다. 그 안전치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한다. 강한 창작력은 설명되지 않는 자기만의 미학 같은 데서 비롯된다. 큰돈이 들어가는 주류 대중영화에서 구현하기 힘들 수밖에 없지만 주류 한국영화가 조금 더 리스크(위험)를 껴안을 대범함, 용감함을 가지고 실력 있는 감독과 함께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프로그래머로 데뷔한 정 위원은 “지금 젊은 관객과 얘기해보면 6~7년 전 영화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개봉은 했지만 크게 흥행되지 않아 대중들에게 완전히 잊혔거나, 다시 생각해봤을 때 굉장히 의미 있었던 한국영화를 소개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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