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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댓글 조작·신상털기…기시감 주는 日 영화 `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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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신문기자'[팝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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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일본서 주목받은 영화 '신문기자'가 이달 17일 국내 개봉한다.

한 신문사 사회부 기자가 익명의 제보 문건을 받은 뒤 국가가 숨긴 충격적인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아베 총리가 연루된 사학스캔들 중 하나인 '가케 학원' 스캔들과 내용이 유사해 화제가 됐다. 가케학원이 대학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스캔들 핵심이다. 아베 총리는 가케학원 이사장과 친구 사이다.

영화는 당시 스캔들을 취재한 도쿄신문 사회부 기자 모치즈키 이소코가 쓴 동명 저서를 밑그림으로 했다. 지난 6월 28일 일본서 불과 143개 상영관에서 개봉했으나 한 달도 채 안 돼 33만명을 동원, 흥행 수익 4억엔(44억8000만원)을 돌파했다.

사회부 4년차 기자 요시오카(심은경 분)는 어느 날 익명의 제보 문건을 받는다. 맨 앞장에는 손으로 그린 양 그림과 함께 내각의 대학 신설 계획이 담겼다.

요시오카는 소관 부처 문부과학성이 아니라 내각이 직접 대학을 신설하는데 의문을 품고 내막을 추적한다. 그러던 중 한 고위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고, 그의 죽음과 제보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음을 직감한다.

내각정보조사실에서 일하던 엘리트 공무원 스기하라(마츠자카 토리)는 자기 일에 회의를 느끼던 와중에 친한 선배가 조직의 비밀을 떠안고 목숨을 끊자 '내부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여러모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극 중 내각정보조사실이 주로 하는 일은 SNS를 통한 댓글 조작과 가짜뉴스로 여론을 조작·선동하는 것이다. 정부와 고위 관료를 보호하기 위해 성폭력 피해 여성을 '꽃뱀'으로 만들거나, 정치적 숙적을 '불륜 스캔들'로 낙마시키고, 반정부집회에 참석한 민간인에 대한 사찰과 신상털기도 서슴지 않는다.

모두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행해지는 일들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 등 한국사회의 민낯이 함께 떠오른다. 극 중 고위 관료는 진실이 밝혀지자 이렇게 말한다.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는 형태만 갖추면 된다". '무늬만 민주주의'를 추구할 뿐 정부는 결국 권력 유지가 최종 목표인 셈이다. 그런 견고한 권력의 카르텔 앞에 언론도 제 역할을 못 한다.

형식 면에서는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더 포스트'나 '스포트라이트'와 같은 할리우드 영화들과 비슷하다. 주변의 압박, 내부고발자의 고뇌, 신문 제작 과정 등이 비교적 자세히 담긴다. 다만 템포는 느린 편이다. 사건을 속도감 있게 추적하기보다 인물의 내적 갈등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 연장선에서 그린 결말은 호불호가 갈릴 만 하다.

요시오카 역은 심은경이 맡았다. 일본 정치 영화에 한국배우가 주연을 맡게 된 것은 일본 배우들이 '반(反)아베 정권' 영화 출연을 꺼린 탓이다. 심은경이 출연하면서 요시오카를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자란 인물로 설정했다.

후지이 미치히토(33) 감독은 "이 영화 참여 스태프와 배우 대부분이 20, 30대였고 그중 정치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신문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정치에서 멀어지면 민주주의에서 멀어진다는 일념으로 스태프가 마음을 모았다. 젊은 세대 시선에서 정치 테마를 다룬 점이 큰 특색"이라고 소개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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