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실무협상 결렬 이후 첫 공개 활동
한달간 두문불출 준비했던 협상 결렬에도
시종 웃음 지으며 농장 방문해 만족감 과시
하노이 회담 결렬 뒤 피로한 기색과 대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16호 농장을 현지지도하며 벼이삭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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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장기간 모습을 감춘 뒤 다시 등장할 땐 군부대나 군수공장 등 군과 관련한 장소를 선택하곤 했다. 지난 3월과 5월 각각 17일, 22일 동안 활동을 중단한 뒤 중대장 대회, 강계정밀기계종합공장을 찾은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록 군부대 산하이긴 하지만 농장을 택했다는 점에서 차이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북한이 태풍 링링으로 인해 황해도와 평안도 등 곡창지대의 피해가 컸다”며 “비교적 관리가 잘 돼 있는 농장,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맞이할 수 있는 장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협상에 몰두하다 추수철을 맞아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극대화해 선전하기 위한 장소로 군부대 산하 농장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16호 농장을 방문해 농작물 생육상태를 살펴보며 웃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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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1116호 농장은 노동당이 시범으로 운영하는 농장으로, 벼농사는 물론이고 온실을 운영하는 등 식량 증산을 위한 연구 농장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매해 와보면 올 때마다 흥미로운 과학 기술적 성과를 안고 (나를) 기다린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을 전했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북ㆍ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한 달 가까이 두문불출 하다시피 하며 회담 전략을 짠 것 같다“며 ”북ㆍ미 실무협상에 나섰던 북한 대표단이 7일 귀국했고, 회담 진행 상황과 결과를 보고받은 뒤 공개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현지지도에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박태덕ㆍ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ㆍ조용원ㆍ김용수ㆍ이정남ㆍ현송월 당 제1부부장과 부부장, 손철주 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이 수행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피로한 기색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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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지지도에서 눈에 띄는 건 김 위원장이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 10여장을 공개했는데, 온실에서도 누렇게 익은 벼 사이에서도 그는 만면에 웃음을 지어 보였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피로한 기색을 내비치며 쓴웃음을 짓거나, 억지로 웃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점과는 대조적이었다. 따라서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 한 달여 동안 실무협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번 협상에서 결렬을 염두에 뒀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직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서 자신들이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고, 보복을 벼르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에는 자신들이 결렬시킨 뒤 뒤이은 회담부터 합의를 끌어내는 시나리오를 짰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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