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방위사업청 주관으로 서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열린 한 전시회에서 시민들이 전투식량을 시식해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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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식량에서 고무줄이나 귀뚜라미 같은 이물질이 나와도 군 장병들이 반년간은 이렇게 품질이 의심되는 전투식량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걸리는 시간 때문이다.
9일 국회 국방위 소속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방위사업청ㆍ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이 지난해 12월 보급을 시작한 S형 전투식량과 관련해 올 8월까지 납품 9개월 만에 이물질 혼입 등 16건의 사용자 불만이 접수됐다. 해당 전투식량은 민간 업체가 개발한 ‘아웃도어형’ 식품으로, 장병들이 기호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육군 기준으로 전투식량(660만개 비축 기준)의 약 25%(170만개)가 이 전투식량이다.
구체적 제보 내용을 보면 주로 못 먹는 물질이 밥에 섞여 있다는 불만이다. 6월에는 카레비빔밥에서 고무줄과 플라스틱이 잇따라 나왔고, 같은 달 해물비빔밥에서는 고무밴드가 나왔다. 7월에는 닭고기비빔밥에서 귀뚜라미가 나왔다고 한다. 음식 색깔이 변했거나 밥알이 그대로 씹히는 등 조리상 문제점이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불만 사례가 접수돼도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사실이라는 게 정 의원 지적이다. 전투식량의 계약 및 납품은 방위사업청과 기품원 담당이지만 이물질 혼입ㆍ부패 등에 대한 업체 귀책 여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판단해야 하는데 식약처는 관리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조사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이런 ‘떠넘기기’ 행정 탓에 불량 식품 퇴출 시기가 미뤄지게 된다. 실제 16건의 불량 사례는 전남 나주시에 있는 A업체 제품에서 나왔는데 나주시가 ‘업체 귀책 없음’으로 판단하거나(5건) 아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정 의원은 설명했다. 정 의원은 “(이런 행정 때문에) 기품원이 최종 하자 판정을 내리고 모든 군에 급식 중지 명령을 내릴 때까지 최소 6개월이 소요되는 구조”라며 “애꿎은 장병들만 품질 문제가 우려되는 전투식량을 계속 섭취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군은 전투식량의 종류를 늘리기 전에 생산 업체 현장 방문 등을 통해 보급된 전투식량의 품질 개선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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