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생소하기만 한 인공지능(AI) 면접이 고용 트렌드로 자리잡다보니 취업준비생들은 AI 면접까지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마이다스아이티의 AI 면접 시스템을 통해 AI 면접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마이다스아이티 |
새로운 고용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인공지능(AI) 면접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은 토익, 자격증 등 스펙 쌓기에 공을 들여야 하는 가운데 생소하기만 한 AI 면접까지 준비해야 해 부담을 호소한다.
반면 일부 취준생들은 스펙이 좋지 않아 자신을 어필하기도 전에 서류전형에서 고배를 마시는 일이 잦다보니 오히려 AI 면접을 통해 자신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좋다는 평가도 한다.
다만, AI 면접 과정 중 주어진 게임을 할 때도 녹화가 계속되기 때문에 표정이나 행동이 녹화돼 취업 당락에 영향을 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고, 이 때문에 과정 내내 억지스럽게라도 미소를 지었다는 취준생들도 있다.
취준생들이 호소하듯 AI 면접이 정말 어렵고 부담스러운 취업 관문일까. 기자는 AI 면접을 체험하기 위해 170여개 기업·기관에 AI 면접 솔루션을 공급한 판교의 마이다스아이티를 찾았다.
마이다스아이티 모델이 AI 면접을 위해 안면등록을 하고 있는 모습. /마이다스아이티 |
기자가 AI 면접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
면접에 임하기 위해 헤드셋을 끼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체험을 위해 편하게 찾은 자리였음에도 막상 면접을 한다니 긴장감이 몰려왔다. 안면등록 후 기자에게 주어진 질문은 취준생이라면 누구나 준비하는 자기소개와 장단점 설명이어서 큰 부담은 없었다. 기자는 마이다스아이티 영업직에 응시했는데 지원동기를 말하라는 지문이 화면에 떴다.
이후 인적성 검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향 질문 100가지가 주어졌다. '내 분야에서 1등이 되어야 한다' 등 질문에 대해 '매우 그렇다'부터 '매우 그렇지 않다'까지 6단계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다만, '사소한 거짓말 정도는 쉽게 하는 편이다', '못마땅한 사람들을 보면 욕설을 퍼붓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람들 앞에 서면 실수를 할까 불안하다' 등 부정적 질문이 나올 때 고민에 빠졌다. 단점을 솔직히 드러내야 할지, 면접에 떨어질까봐 이상적인 모습에 체크해야 할지 하는 것이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성향 체크를 할 때 응시자들이 '자신이 되고 싶은 성향'에 체크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계속 유사한 질문들이 나오기 때문에 상반된 답변을 했다가 '신뢰 불가'가 뜰 수 있어 솔직히 대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회사에서 벌어질 법한 상황 질문 2개가 나오는 데 이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평소 당신과 매우 좋은 관계에 있는 상사가 본인의 실적 자료에 있던 오류를 슬쩍 덮고 넘어가려는 것을 눈치 채고 말았습니다. 상사에게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이 주어졌는데 짧은 시간에 답변을 생각해야 하니 당황스러웠다. 상사가 앞에 있다고 가정하고 말해야 한다.
또 주어진 3개의 심층·구조화 질문에서는 '만약 같은 팀원이 개인적인 취미 활동을 하느라 일을 제때 하지 못해 도와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등 질문에 나왔는데, 실제 화가 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뭐라 답해야 할지 난감했다.
AI 면접시스템에서 제공하는 게임 중 하나인 '날씨맞추기' 게임 화면. /마이다스아이티 |
이어서 주어진 게임은 '보상 선호'였는데 '당장 500원을 받는 것'과 '1개월 뒤 1000원을 받는 쪽' 중 1개월 뒤 받는 것을 선택하면 '당장 750원'과 '1개월 뒤 1000원' 중 고르는 문제가 계속 이어졌다. 기자는 1개월 뒤 1000원을 골랐으나 950원 이상까지 올라가면 '당장 950원'과 같은 답변을 선택했다.
이후 10개의 역량게임이 시작됐다. 게임이라니 맘 편하게 해도 되나 방심했는데 아이큐 테스트 같이 난해한 것들이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 설명을 스킵하면 게임을 도무지 해결하기 힘드니 꼼꼼히 읽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자에게 배당된 게임은 '색 단어 일치 판단', '도형위치 기억하기', '감정 맞추기', '공 무게 맞추기', '입길이 맞추기', '날씨 맞추기' 등이었다.
가장 어려웠던 질문은 '날씨 맞추기'였는데 고온·습도·풍향·기압 등 4가지 주어진 카드 를 보고 날씨가 좋을지 나쁠지 맞춰야 한다. 뭔가 규칙이 있다는 걸 몇 번의 게임 후 알 수 있었음에도 당황한 상태에서 규칙을 파악할 여유가 없었고 결국 찍을 수 밖에 없었다. '감정 맞추기'는 쉬운 게임이겠거니 했는데 도대체 표정이 화난 건지 슬픈 건지 등 이해하기 힘든 사진이 대부분이었다.
게임이 끝나 마무리인가 했는데 예상치 않게 성향과 역량에 대한 질의응답이 다시 나왔다. '면접 제출 완료'를 클릭하며 든 생각은 '이 게임들을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알고, 연습 후 했더라면 높은 점수를 받지 않을까'였다. 그래서 취준생들이 별도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모의연습을 이용하나 보다.
하지만 회사 담당자에게 들은 설명은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응시자들이 면접을 다시 봤을 때 자신감을 가지고 임하기는 하지만 최종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고 세부역량 검사 점수는 조금 높아지거나 오히려 조금 낮아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자는 취재차 간 거라 편한 복장을 입었는데 결과가 나오는 만큼 '정장을 갖춰입을 걸' 하는 후회와 메이크업도 더 신경 썼어야 했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배우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봤더니 사람에 따라 풀 메이크업을 하고 면접에 임했을 때 점수가 높은 사람이 있었던 반면, 민낯으로 진행했을 때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복장이 AI 면접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면접이 녹화돼 인사담당자가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에 깔끔한 정장을 갖춰 입는 게 좋다고 회사 담당자는 추천했다.
드디어 며칠 뒤 받은 전체 평균 점수는 'B, 보통 중', 고성과 예측점수는 'B-, 보통 하'였다. 다른 응시자들은 자기소개서를 적어와 또박또박 읽기도 한다는 데, 단 한마디 답변도 준비 안 하고, 노트북 배터리가 떨어져 검사가 중단됐던 산만한 상황을 감안하면 좋은 결과라고 회사측은 말했다. 긴장하지 않고 또박또박 답했던 게 주요 이유였던 것 같다.
하지만 결과 설명에 '변화가 많고 상황이 빠르게 진행되면 허둥대기도 합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게임할 때 침착하게 규칙을 찾기보다 뭔가에 쫓기듯 급히 찍었던 기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또 '감정 맞추기'에서 도통 표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탓에 '주변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어떻게 느끼는 지 잘 파악하지 못하는 편'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사람들을 만나는 기자의 직무 때문인지 직군 적합도 분석에서는 영업·마케팅 직군에서는 80%의 적합도가 나온 반면, 엔지니어는 20%의 적합도가 나온 점도 눈에 띄었다.
채윤정 기자 echo@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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