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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통신One]'제네바 맛 주간' 식당 메뉴판엔 특별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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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 이름까지 빼곡히 적혀있는 '로컬푸드 목록

탄소배출·공정근로도 고려한 '착한 먹거리' 인증

[편집자주]정통 민영 뉴스통신사 뉴스1이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현장감 넘치게 전달하기 위해 해외통신원 코너를 새롭게 기획했습니다. [통신One]은 기존 뉴스1 국제부의 정통한 해외뉴스 분석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 포진한 해외 통신원의 '살맛'나는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생한 이야기, 현지 매체에서 다룬 좋은 기사 소개, 현지 한인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 등을 다양한 형식의 글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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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한 식당에 전시된 식재료 안내. 칠판에는 생산자 이름, 품목, 지역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 © 뉴스1 김지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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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뉴스1) 김지아 통신원 = 만약 서울의 한 식당 차림표에 원산지 표시가 이렇게 쓰여 있다면 어떨까? '오이, 당근, 호박: 경기도 구리시 동구동, 재배자 홍길동' '닭고기: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 XX 양계장'

실제로 제네바 시내 60여개 카페와 레스토랑 차림표에는 한동안 이런 식으로 모든 식재료의 구체적인 산지와 생산자 정보가 빼곡히 적혀 있다. 괄목할 만한 점은 원산지 주소가 대부분 제네바라는 점이다.

제철 식재료가 가장 풍성한 계절인 가을을 맞이해 지난달 12~22일 '제네바의 맛 주간'(Semaine Du Goût Genevoise) 행사가 열렸다. 일종의 요리 경연대회로 제네바 반경 50km 이내 근교에서 재배돼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식품, 일명 '로컬푸드'를 잘 활용해서 가장 훌륭한 메뉴를 선보인 식당이 우승한다.

참가하는 식당은 Δ제네바 지역 안에서 생산된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최대한 많이 구성할 것 Δ품질이 우수한 재료를 골라 최대한 다양하게 활용할 것 Δ모든 식재료의 생산자 및 생산 지역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기할 것 Δ독창성을 발휘할 것 등 네 가지 기준에 따라 평가받는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행사 기간 동안 식당을 비밀리에 방문한다. 총 7개의 상이 준비돼 있으며 수상자는 1500프랑(약 180만원)씩 상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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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한 식당에 붙어 있는 제네바 맛 주간 포스터 © 뉴스1 김지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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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6회를 맞이한 '제네바의 맛 주간'은 2014년에 처음 개최돼 해를 거듭할수록 제네바 시민들에게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제네바뿐만 아니라 매년 스위스 전역에서 '맛 주간'(Semaine du Goût)은 거의 동시에 열린다.

2001년부터 스위스 로망드(Suisse Romande·프랑스어권 스위스 지역)에서 시작된 '맛 주간'은 프랑스에서 1990년부터 실시해온 동명의 행사를 벤치마킹한 것이지만 그 결이 조금 다르다. 프랑스에서는 주로 미식과 영양에 관한 교육에 초점을 맞추지만, 스위스에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과 이를 지키고자 하는 목표가 더 강조되는 편이다.

경연에 참가한 여러 식당 차림표를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표시가 있는데 바로 제네바 로컬푸드 인증 라벨인 'GRTA'다. GRTA는 '제네바 지역-향토 미래'(Genève Région - Terroir Avenir)의 줄임말로 제네바 주정부에서 인증한다. 일반 마트에서도 GRTA 라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GRTA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4가지 기본 요건에 충실해야 한다. 첫째는 고품질이다. 신선하고 맛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재배 방법을 사용해야 하며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는 근거리 배송이다. 탄소를 배출하는 운송수단 사용을 최소한으로 하는 거리에서 생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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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TA 라벨이 인증된 식품들 © 뉴스1 김지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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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TA 라벨이 인증된 식품들 © 뉴스1 김지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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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이력 추적 관리 가능성이다. 생산지에서 직접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력을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조건은 공정성이다. 노동자의 근로 환경을 보장하고 단체협약을 준수하는 농가에 대해 공정한 소득을 약속한다는 의미다.

제네바는 도심과 농촌의 거리가 가깝고, 크고 작은 이벤트를 통해 서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제네바 주정부에서는 재배 품목별로 지역 생산자 정보를 상세히 안내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한다. 원산지 표시를 재배자 이름까지 포함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어 지역 농산물 직거래가 활발하다.

'제네바의 맛 주간' 행사는 식당 차림표에서부터 제네바에서 생산된 식자재 정보가 노출돼 홍보 효과가 더욱 크다. 이는 자연스럽게 로컬푸드 소비 촉진으로 이어져 제네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농촌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더불어 신선한 제철 농산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장려해 제네바 시민의 먹거리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일석이조 효과도 누린다.

제네바 시 발표에 따르면 제네바 시내에서 로컬푸드를 소비하는 비율은 41%다. 한국에 비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하지만 식품 수송과 저장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원산지와 소비자 식탁 사이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제네바 시는 이런 '맛 주간' 행사 등을 통해 꾸준히 로컬푸드에 대한 자부심을 일깨우려고 하고 있다.

이 달에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라는 주제로 공개 포럼이 처음으로 개최된다. 5일에 걸쳐 진행되는 이 포럼에서는 건강하고 공정한 먹거리에 대한 좌담회, 지역 농민과 소비자의 만남, 다양한 요리 강좌 등이 열리고 '제네바 맛 주간' 행사의 우승자 발표 및 시상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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