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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전영훈 대한통증학회 회장 "고령사회 통증재앙 대처, 예방-진단 홍보와 치료법 연구 등에 힘쏟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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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은 가급적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생각은 매우 잘못된 것입니다. 만성화가 되기 전 발생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통증은 어떤 질환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참거나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즉 전문가를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통증은 질환이나 골절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나타나서 몸에 이상이 있음을 경고하는 기능과 각종 유해한 자극으로부터 미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상처나 질환이 회복되는 시기를 지나서 만성통증으로 지속될 경우에는 통증 그 자체가 불안과 우울증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초래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려 가정과 사회에 심각한 문제와 부담이 된다.

전영훈 대한통증학회 회장(51·경북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8일 “통증을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하나의 병으로 보고 적극적인 통증치료를 시행해야 한다”면서 “노령에 증가하는 대상포진이나 퇴행성 질환의 현황 파악과 효과적인 예방·치료전략의 연구, 이에 대한 홍보와 교육 등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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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증학회 전영훈 회장이 진료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전 회장은 “통증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와 보험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통증학회 제공


―통증질환이 국민 고질병으로 등장했습니다.

“사람은 일생 동안 외상·수술이나 대상포진, 당뇨와 암 등의 각종 질환으로 인해 다양한 통증을 경험합니다. 만성통증은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 등 다양한 심리 및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며, 5명 중 1명에서 자살충동을 느끼고, 그 중 14%의 환자에서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어요. 그러나 대한통증학회에 따르면, 심한 만성통증 환자의 약 70%가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하고 있으며, 그 중 약 30%가 통증으로 인해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받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고령화와 만성 질환·노인성 질환 증가 등과 통증질환이 관련이 있나요.

“최근 한국이 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척추협착증이나 어깨·무릎 등의 퇴행성 관절질환들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어 노년을 고통에 시달리며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국내 60세 이상에서는 평소 통증질환 유병률이 64~88%로, 그 중 90%이상이 척추나 무릎 등의 근골격계 부위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근골격계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과 활동이 어려워져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통증학회 회장 취임 후 어떤 부분에 역점을 두셨습니까.

“대한통증학회가 통증치료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이를 수용하고 학회 역량을 강화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즉 전공의와 전문의를 위하여 단계별 맞춤형 교육과 전문화된 워크숍의 개발을 통하여 통증에 대한 교육인프라의 질적 향상에 역점을 두는 것입니다. 특히 통증고위자 과정을 통해 학회에서 인정하는 통증치료 연수 시설에서 수련을 하거나 개업을 하여 일정기간 동안 통증환자를 치료하였고, 카데바 워크숍을 수료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고위자’가 됩니다. 또한 내과에서 순환기나 소화기 등 분과전문의 제도가 운영되고 있듯이 통증치료 분야에서도 통증 분과 전문의나 세부 전문의 제도가 확립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요 국민건강 관련 사업(캠페인 등)의 성과와 향후 계획은 어떠신지요.

“학회에서는 통증치료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정보들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시민강좌를 개설하거나 언론을 통한 홍보를 해왔으며 현재는 ‘KNOW Pain No Pain’ 기치 아래 통증의 원인, 스테로이드의 진실, 신경치료술 등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주제로 만화로 된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유튜브를 통하여 국민들이 보다 빠르고 편하게 통증 치료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여 매우 높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향후 통증치료에 관한 최신 연구와 올바른 의학정보들을 일반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만들어 학회 홈페이지와 SNS를 통하여 전달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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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훈 회장이 통증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수강좌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대한통증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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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질환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적지 않습니다.

“통증치료에 대하여 근거가 없거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대한 맹신이 문제입니다. 더욱이 통증약을 복용하는 것은 부작용이 많고 오히려 약제에 대한 내성과 중독이 발생될 수 있어 가급적 복용하지 말아라, 통증 주사를 맞거나 수술하는 것은 더 큰 부작용을 일으킨다 등의 잘못된 의료정보들이 매체나 인터넷을 통하여 많이 퍼져가고 있습니다.”

―통증질환은 보험제도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비급여 부분의 급여화, 의료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DRG사업 등의 많은 의료정책들과 맞물려 환자의 권리와 치료 및 안전에 대한 요구는 더욱더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만성통증질환이 증가하고 있지만 신경차단술의 시행 횟수가 제한받고 있으며 야간에 내원하는 응급 통증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시행한 신경차단술은 응급의료 수가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마취통증의학과는 CRPS(복합부위통증환자)과 같은 희귀난치성 통증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를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정작 통증으로 인한 장애평가 참여에는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료행위에 대하여 합당한 보험수가가 지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각종 근거 자료를 토대로 우리 학회가 추구하는 통증 의료제도 개선 요구가 국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입니다.”

―이번 추계 학술대회의 주요 내용은 무엇입니까.

“대한통증학회가 오는 11월 16일~17일에 제69차 추계학술대회 및 연수교육을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합니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은 환자가 느끼는 고통이 매우 커 일상생활 조차 힘든 무서운 질병입니다. 학회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대한민국 CRPS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하여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추계학술대회는 ‘Pain is over if you want it’ 슬로건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로 열립니다. 다양한 통증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청하여 최신 의료지식을 공유하며 적절한 치료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합니다. 또한 아시아권에서 통증연구와 치료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일본·중국과 함께 아시아 통증포럼 세션을 따로 마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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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훈 회장이 허리질환 환자에게 통증치료(신경성형술)을 시행하고 있다. 대한통증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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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 내용을 추가로 더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통증 치료에 대한 강의는 일반적인 강의뿐만 아니라 고도의 중재적 시술법을 효과적으로 교육하기 위한 라이브 시연 강의도 준비하였고, C-arm이나 초음파 등 영상장비를 이용하여 시행하는 중재적 시술법에 대해 기초부터 전문의 과정을 세분화시켜 전공의와 전문의들이 적절한 수준의 교육을 받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고령사회로 급속히 진입함으로써 증가하는 노인환자에게서 발병률이 높은 대상포진질환, 골다공증, 그리고 퇴행성 통증질환들에 관하여 분야별 전문가를 통하여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논의하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통증질환 예방 및 조기진단·치료·관리, 그리고 건강장수를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통증은 어떤 질환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참거나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즉 전문가를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통증도 치료에 앞서 예방이 중요합니다. 검증되지 않는 민간 요법이나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이는 절대 금물이며, 현재 통증치료를 위한 다양한 약물과 중재적 치료법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으니 절망에 빠지지 마시고 통증전문가와 상의하시고 믿고 맡겨 보십시오. 그리고 통증은 원인을 모르는 경우도 있지만 질환에 따라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에 다른 질환에서와 같이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예방에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평소에 적절한 운동과 바른 식습관과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동시에 금연과 같은 올바른 생활 습관을 하는 것이 각종 질병과 통증의 예방과 더불어 장수를 위한 기본이 된다고 봅니다.”

―병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병원의 변하지 않는 역할은 국민의 건강증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적 관리에도 앞장서야 합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여러 분야에서 의료질 평가를 시행하여 환자관리에서 양적인 부분보다 질적 향상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병원을 잘 이용하는 방법은 일차적으로 적절한 전문가를 찾는 것입니다. 평소에 몸의 이상 신호를 간과하지 마시고 가까운 1차 의료기관을 우선적으로 방문하여 문제가 발생하였음을 빨리 인지하게 되면 의료전문가와 상의하여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이 제일 안전하고 효과적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민건강을 위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건강한 삶과 장수를 누리기 위해서는 불로초를 찾지 마시고, 금연과 규칙적인 운동과 생활습관 유지 등 모범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허황된 의료지식이나 요법에 절대 의존하지 마시고, 가능한 질병초기에 의사 등 전문가와 상의하여 병이 악화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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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열린 춘계학술대회에서 전 회장을 비롯한 학회 임원과 회원, 원로 교수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한통증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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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증학회는 1986년에 창립되어 현재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3800명(정회원)과 500명(준회원), 그리고 타과 의사 600명(준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효과적인 치료방법의 개발과 치료가이드라인의 확립을 위해 매년 국내 및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하여 최신의 통증치료에 관한 연구동향에 대한 정보교류를 하고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통증유발점치료 연수교육, 초음파 워크숍, 약물 워크숍, 카데바 워크숍을 시행하고 통증고위자 교육과정을 통하여 비수술적 요법부터 미세침습수술까지 다양한 통증치료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한다.

학회에서는 통증치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확립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공식 홈페이지와 언론 보도, 시민건강강좌, 그리고 SNS(사회관계망 서비스) 등을 통해 국민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통증의 원인, 스테로이드의 진실, 신경치료술 등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주제로 만화로 된 동영상으로 제작하여 유튜브에서 공유한다. 환자들이 신뢰가 가는 통증전문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학회 홈페이지에 일반인공간을 마련, 통증클리닉의 소개와 병원탐방 및 전국 통증클리닉 지도를 소개하고 있다.

전 회장은 난치성의 통증질환에 대표적인 질환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나 신경의 손상에 의한 ‘신경병증성 통증’ 그리고 ‘만성복합부위통증증후군’ 등을 치료하기 위해 진료뿐 아니라 연구에 주력해왔다. 최근에는 골다공증에 관한 기초 연구를 하고 있다. 다양한 통증질환 환자들은 다양한 원인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정신 심리적인 문제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등 다른 진료과와 함께 다학제 통합치료를 시행한다.

노인환자들에게 흔한 척추질환과 대상포진 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척추클리닉과 대상포진클리닉을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대한통증학회나 대한마취통증의학회에서 다수의 학술상을 수여하였고, 저서로는 통증의학 및 통증수기의 정석 등의 책을 공동집필했다. 의료봉사 동아리 지도교수 활동도 맡고 있다.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자’는 것이 전 회장의 생활신조이다. 평소 생활과 본분에 충실히 하여 알차게 살자는 뜻이다. 건강관리를 위해 평소 몸을 받쳐 주는 가장 중요한 근육인 코어근육을 강화시키기 위하여 스쿼트(무릎굽히기)와 팔꿉혀펴기를 하루에 100회 이상을 하고 있으며, 일상생활에서 계단을 이용하거나 걸으려고 노력한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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