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이사장, 조국 자택 PC 하드디스크 교체한 자산관리인 인터뷰 / 정경심 사무실 컴퓨터 반출에 대해 "유리한 자료 확보 위해" 주장 / 사모펀드 관련 정 교수 사기 피해자라는 취지로 설명 / 檢, 즉각 반박 "증거인멸 혐의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 / 文, 피의사실 공표 관행에 엄격한 잣대 세워 / 법조계, 유 이사장 공표 앞장섰다는 지적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캡처 |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권 남용을 언급하며 피의사실 공표 관행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상황에서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피의사실 공표 의혹에 휩싸였다. 유 이사장이 8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의 컴퓨터(PC)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한국투자증권 김경록 차장의 인터뷰를 방송하면서다. 김 차장은 자신의 저지른 행위에 대해 설명하며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기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의자가 방어차원에 한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면서도 일방적인 편집방송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뜻을 전했다.
유 이사장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서 김 차장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실명과 음성을 공개하는 데 동의한 김 차장은 그동안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을 일일이 반박했다.
김 차장은 정 교수와 함께 경북 영주 동양대에 내려가 사무실 컴퓨터를 반출해 자신의 차량에 보관한 점에 대해 “유리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김 차장은 “검찰이 유리한 것은 찾고 불리한 것은 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정 교수는 수사에 대비하려는 차원이었을 뿐 증거인멸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캡처 |
김 차장이 지난 8월28일 조 장관의 자택에서 하드디스크를 교체해준 뒤 조 장관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미 없는 인사말이 검찰 조사와 언론 보도를 통해 그 의미가 변질했다는 것이다. 그는 “제가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날 (조 장관이) 퇴근하면서 제게 ‘아내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났다”며 “2014년부터 (조 장관을) 3~4번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항상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김 차장은 언론사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차장은 KBS에서 법무부와 검찰을 담당하는 법조팀과 인터뷰를 했는데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또 검사 컴퓨터 화면 대화창에 ‘인터뷰를 했다던데 털어봐’거나 ‘조국이 김경록 집까지 왔다던데 털어봐’라는 내용을 봤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김 차장은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를 사기꾼으로 생각하면 그림이 단순하다”고 말했다. 조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정 교수와 조씨와의 공모 여부를 확인 중이다. 그는 “사모펀드 문제가 터졌을 때 바로 조씨가 도망을 갔는데, 이건 100% 돈 맡긴 사람의 돈을 날려 먹었을 때”라며 정 교수가 사기사건의 피해자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이번 인터뷰가 지난 3일 김 차장의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전체 1시간 30분가량의 녹취 중 20분가량을 공개했다.
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뉴시스 |
검찰은 유튜브 방송이 끝난 뒤 해당 내용을 즉각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의 자기방어를 위한 일방적인 주장이 특정한 시각에서 편집된 후 방송되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 차장은 “(진실을) 못 찾을 수가 없다”거나 “이 사람(검사)들은 음모론 진영논리 절대로 생각 안 한다”,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했던 주역들이기 때문에 그때도 최선을 다했고 지금도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검찰의 입을 막아 놓은 채 자기 방어를 위해 사실을 왜곡해 언론 등에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며“김 차장이 압박감을 받는 상황에서 여론전을 통해 강한 쪽에 붙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KBS 역시 “인터뷰 직후 김 차장의 주장 가운데 일부 사실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을 검찰을 통해 확인한 적이 있다”며 “하지만 인터뷰 내용을 일부라도 문구 그대로 문의한 적이 없고, 인터뷰 내용 전체를 어떤 형식으로든 검찰에 전달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검찰권 남용을 언급하는 등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상황에서 유 이사장이 피의사실 공표에 앞장 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유가 어쨌건 간에 PC를 반출한 것 자체가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라며 “검찰은 가만히 있는데 여권인사와 피의자가 나서서 대통령이 하지 말라는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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