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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화성 '8차 사건' 진범 논란에 '동위원소 검사' 소환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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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구단비 인턴] [박상현 한국원자력연구원 교수 "분석법은 정확한데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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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박상현 한국원자력연구원 교수가 8일 8차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윤모씨(52)를 검거하는데 주요 증거로 사용된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에 대해 "분석법 자체는 정확하지만 결과만으로 범인을 찾아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는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가 당초 윤씨가 범인으로 잡혀 복역까지 마친 8차 사건 역시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면서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윤씨를 범인으로 확정하는데 이 검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는 체모를 원자로에 넣어 성분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1988년 8차 화성살인사건 현장에서 음모가 발견됐고, 이를 검사한 결과 티타늄이 검출됐다. 이에 근거해 농기계 수리공으로 일하던 윤씨가 검거됐다. 하지만 윤씨가 20년 가까이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마당에 이춘재가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면서 혼란이 시작됐다.

박 교수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 분석법 자체는 굉장히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사를 통한 범인 검거에 대해선 무조건 정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당시 범죄자를 추정하는데 어떻게 응용됐는지는 모르기 때문에 확답을 줄 순 없다"며 "하지만 범죄자의 음모에서 발견된 성분이 범인만 갖고 있는 건 아닐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박 교수는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를 음주운전 측정 방법인 혈중알코올농도 검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혈중알코올농도 검사의 경우 측정하는 방법과 그 결과는 아주 정확하다. 하지만 결과만 갖고 음주를 했다, 안 했다라고 판정 내리는 건 어렵지 않나"라며 "운전자가 술이 아닌 알코올 성분이 들어간 음식이나 약을 먹었을 수도 있고, 배경 등을 고려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도 정확하지만 결과만 갖고 판정을 내릴 순 없다"며 "사람마다 고유한 유전자가 검출됐다면 그걸로 범인을 확정할 수 있지만…(방사성 동위원소 검사는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8차 화성사건의 범인으로 잡힌 윤씨는 "혹독한 고문을 받고 허위자백을 했다"며 1심 무기징역 선고에 항소했다. 하지만 2심, 3심 모두 윤씨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아 청주교도소에서 20년 가까이 수감 생활을 마치고 2009년 가석방됐다. 최근 이춘재의 자백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심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할 계획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찰은 8차 사건의 진범 및 수사 과정에 대한 논란이 일자, "증거가 뚜렷해 고문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방사성 동위원소 검사에서 일반인에게 발견되기 어려운 티타늄이 나왔고, 농기계 수리공으로 일하던 윤씨 직업과 연관돼 검거됐다"는 설명을 내놨다. 아울러 이춘재의 자백에 대해선 "신빙성 여부를 수사하고 있으며, 진행 중인 사항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구단비 인턴 kd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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