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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학교 비정규직 월급 없는 방학…“생계 어려운데 알바도 못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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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노조 설문 94.1% “방학 중 비근무로 경제적 어려움 겪어”

생계대책 절실하지만 교육당국은 공무원 겸직금지 의무 일괄 적용

“교사처럼 겸직 금지는 불합리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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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8년째 장애 학생들을 돕고 있는 특수교육실무사이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선희(가명·50)씨는 방학 때마다 노모에게 20만~30만원씩 용돈을 받는다. 신용카드 여러 개를 돌려 써가며 빚을 지기도 한다. 방학이 시작되면 학교에서 주는 월급이 끊기는 탓이다. 방학 동안 일자리를 찾는 방법도 있지만 학교에서 겸직을 꺼려 그마저도 쉽지 않다. 김씨의 방학 중 생활비는 노모의 용돈, 카드빚, 학교 몰래 한 대체 근무나 단기 아르바이트 급여 60만~80만원으로 채워진다. 김씨는 “학기가 끝날 때마다 ‘이번엔 어디서 돈을 구하나’ 싶어 불안감이 밀려온다. 월세도 내고 교통비도 나가는데 생계를 어떻게 꾸릴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방학 때도 급여가 나오는 교사와 달리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방학이 되면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어 생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교육 당국이 교육공무원들의 겸직금지 규정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일괄 적용한 탓에 이들은 대체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8일 <한겨레>에 제공한 ‘학교 비정규직 방학 중 비근무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조사에 응답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283명 가운데 94.1%인 약 1200명의 응답자가 “방학 중 비근무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매우 어렵다’고 답한 이는 전체 응답자의 54.7%인 702명이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일당제를 적용받는데, 방학 중에는 학교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일을 시키지 않아 급여가 아예 없다. 학교나 직군에 따라 예외적으로 사나흘 출근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버는 돈은 월 50만원에도 못 미친다.

한겨레

방학 중 대체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에서 ‘겸직을 할 때는 허가 신청을 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교육공무원의 겸직금지 규정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적용한다. 학교별로 노동자들이 방학 중 다른 근무를 하는 것을 눈감아주는 곳도 있지만 이 역시 전적으로 교장과 교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실제로 학비노조의 실태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방학 중 비근무에 응답한 약 1200명의 60%가 응답자가 “방학 중 소득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방학 중 소득활동에 대한 근무 학교의 방침”을 묻는 말에는 전체 응답자의 29.3%가 “지침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답했고, 16.5%는 “하지 말라고 권유한다”고 답했다. 91명의 응답자는 방학 중 소득활동을 했다가 ‘주의’ 조처를 받았고, 10명은 징계, 7명은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방학 중 비근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주관식 답변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응답자들은 실태조사의 주관식 답변에서 “7월과 8월, 1월과 2월은 악몽의 달이다. 남편은 무직이고 대학생과 고등학생 자녀가 있는데, 부족한 부분은 마이너스 통장과 사채로 채우다 보니 이제는 우울증까지 생기고 있다”, “한부모 가정인데 방학 중엔 대학생 아이의 알바비로 산다”, “급여가 안 나오는 방학에 카드빚을 내고 개학하면 빚 갚느라 바쁘다”, “방학 때는 월세를 내기 어려워 소액대출을 받는다”, “방학 중에도 일정하게 나가는 돈은 있다. 급전을 구해야 하는 어려움과 대출로 인한 가계 부담으로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김동인 학비노조 법규부장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사나 교육공무원처럼 방학 중 급여를 받는 것도 아닌데 같은 원칙을 적용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많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가 방학 중에 전일제나 반일제 근무를 원한다. 급식실 관리나 취약계층 급식 지원 등 방학 중에도 학교 근무가 필요한 곳은 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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