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이 한글날인데요.
일제 시대 한글로 우리 얼을 지킨 조선어학회를 잘 아실 겁니다.
그런데 이 조선어학회를 뒷바라지한 건축왕이 있었습니다.
또 130년 전 한글로 된 최초의 지리 교과서가 나왔는데, 저자가 외국인이었습니다.
암울한 시기, 우리가 몰랐던 한글 지킴이들을 김혜은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한옥이 밀집한 서울 북촌.
한적한 골목에 작은 표지석이 하나 서 있습니다.
조선어학회 터를 알리고 있습니다.
1930년대 이곳에 있던 2층 양옥에서 조선어학회 학자들은 한글 잡지로 민족의식을 일깨우고 한글 사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조선어학회에 건물을 기증하고 지원한 사람은 정세권 선생이었습니다.
일제 경성 개발에 맞서 북촌 등지의 땅을 사들인 뒤 한옥 수천 채를 지어 팔아 '경성 건축왕'으로 불렸습니다.
결국 1942년 일제에 체포돼 고문을 당하고, 서울 뚝섬 일대 대규모 토지를 빼앗겼습니다.
별세 뒤 남긴 유품은 쌀되와 수저 한 벌, 그리고 조선어학회의 후신 한글학회가 펴낸 '큰사전' 이었습니다.
[김재원 / 정세권 선생 외손 : 아주 뿌듯해 하셨어요. 저 큰사전을 가지고 오신 온 날을 제가 기억하는데, 집에 가지고 오셔서 이것 가지고 너 공부했으면 좋겠다, 이게 굉장히 귀한 책이다 이걸로 공부해라….]
고종황제 특사로 전 세계에 일제 만행을 널리 알린 호머 헐버트 박사.
알고 보면 한국인보다 더 한글을 사랑한 사람이었습니다.
1886년 한국에 와 일주일 만에 한글을 깨치며 한글의 우수성을 접하자, 이를 전 세계에 알리려 노력했습니다.
3년 뒤에는 첫 한글 지리 교과서를 펴냈습니다.
책 이름은 '사민필지'.
조선 사람 모두가 세계의 지리와 문화, 나아가 한글을 알아야 문명 진화할 수 있다는 염원을 담았습니다.
[김동진 / 헐버트박사 기념사업회장 : 이제라도 훈민정음을 부활시켜서 조선 사람들이 한글을 쓰면 조선에는 무한한 축복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신 분이에요.]
정세권 선생과 헐버트 박사를 비롯해 한글을 통해 나라와 얼을 지키고자 했던 숨겨진 스승들을 알 수 있는 전시가 한글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김민지 / 국립한글박물관 학예연구사 : 일제 시기에는 우리말을 쉽게 쓸 수 없는 시기였잖아요? 그런 시기에 한글이 우리 정신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서 한글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분들입니다. 이분들의 노력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YTN 김혜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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