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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팔도 우리말 채집가들 "방언 이삭줍기, 우리가 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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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00년 기획 /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전국 국어학자·전문가 30여명 '사전에 없는 단어' 수집 나서

"전라도에선 '솔전'을 부쳐 먹고, 경상도에선 '정구지찌짐'을 구워 먹어요. 제주에선 '세우리적'을 지져 먹지요. 음식 재료도, 조리 방법도 다른 것 같지만, 모두 '부추전'을 부쳐 먹는 걸 뜻해요. 우리말 방언이 이렇게 다양합니다."

조선일보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운영위원회 참석자들이 '아리아리!'를 외치고 있다.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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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달 7일 조선일보사에서 열린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운영위원회에는 전국 팔도를 누비며 우리말을 채집하는 국어학자와 전문가 20여 명이 참석했다. '말모이100년' 운동을 주관하는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소속 연구원들과 국립국어원 연구진이다. 김미형(상명대 교수)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장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일상 생활어, 사라져가는 방언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사라져가는 우리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일 기회"라고 말했다.

우리말 어휘 수집은 '국민 참여'와 '전문가 채집'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상명대·경북대·전남대·충북대 등 전국 11개 대학 국어문화원 소속 교수와 연구원 30여 명이 앞으로 1년 동안 현장을 뛰며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를 조사·수집한다. 수집이 끝나면 검토 및 정제 과정을 거쳐 지역별 방언 전문가 검수단과 국립국어원이 최종 검수해 내년 10월 '아름다운 우리말 사전'(가제)을 편찬할 예정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어휘 수집 방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위진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은 "방언 조사 방식에는 질문지 조사와 구술 조사가 있는데, 우리는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다"며 "농촌, 어촌, 산골 등 현장을 찾아가 어르신들이 구술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유도하며 조개 속에서 진주를 골라내야 한다"고 했다. 이창남 목포대 국어문화원 연구원이 "현장 조사에선 무엇보다 조사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막연히 새로운 우리말을 찾으러 가면 하나도 안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하자, 김형주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사무국장은 "전문용어로 '이삭줍기'를 잘해야 한다"고 받았다.

두 시간의 열띤 토론이 끝난 뒤, 이들이 기념 촬영을 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1년 동안 열심히 뛰겠습니다. 아리아리!"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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