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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발언대] 서비스산업 숨통 틔우는 법안 통과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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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기업혁신팀장


초등학교 2학년 막내아들의 최고 영웅은 TV 만화 주인공 '엉덩이 탐정'이다. 탐스러운 분홍색 복숭아 모습을 하고, 아이큐가 1104에 이르는 사설탐정이다. 경찰이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운 사건을 탁월한 추리로 척척 해결한다. 이런 모습에 반한 많은 어린이가 엉덩이 탐정 같은 사설탐정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인 정보,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사설탐정을 금지하는 규제 때문에 탐정이 될 수 없다. OECD 국가 중 탐정을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탐정 대신 3000여개의 '불법 심부름센터'가 난립하고 있다.

탐정업이 속한 서비스산업은 규제가 특히 많다. 2013년 기준 규제개혁위원회에 등록된 규제 중 서비스산업 규제가 3601개로 제조업(338개)의 10.6배에 이른다.

서비스산업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2012년 발의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은 7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은 의료·교육·관광·레저·정보통신 서비스 등의 규제 개선과 지원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이 '의료 민영화를 하려는 악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문제는 이 법안이 과도하게 정치화되었다는 것이다. '의료 민영화' '이전 정부의 실적' 등 정쟁(政爭)에 휩싸여 서비스산업 발전이란 법안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 비생산적인 정치 논쟁 때문에 서비스산업 발전에 기본이 되는 법안이 국회에서 잠만 자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주력 제조업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큰 위기이지만 역설적으로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기업혁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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