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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8조 육박 영업이익에도, 삼성전자는 웃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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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삼성전자가 증권가의 전망치를 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올해 1·2분기에 연이어 6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3분기에는 7조원대로 한 단계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는 "바닥을 찍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 전쟁과 반도체 불황, 일본의 수출 규제 탓에 언제 다시 실적이 꺾일지 모르는 살얼음판이라는 것이다. 현재 추세라면 삼성전자는 올 한 해 27조~28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59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8일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한 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같은 기간 5% 감소한 62조원이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7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이보다 10% 정도 높았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영업이익은 1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런 경우엔 통상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로 본다. 그러나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작년 수준보다 너무 떨어지고 3분기 '반짝 회복'에 그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선전한 것은 스마트폰 덕분이다. 갤럭시노트10이 인기를 끌며, 스마트폰 부문은 2조5000억~2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 분기(1조5000억원)는 물론이고 작년 3분기(2조2000억원)보다도 많은 것이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반사 이익도 컸다. 유럽이나 아프리카에서 중국 화웨이의 판매량이 급락했고 그 상당 부분을 삼성이 가져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중·저가 브랜드인 갤럭시A와 갤럭시M도 판매량이 늘었다.

디스플레이도 LCD(액정표시장치) 사업의 부진을 급성장한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고가 스마트폰에 쓰이는 중소형 OLED 수요가 급증해, 디스플레이 부문 전체는 1조원 초반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OLED 패널은 자사뿐만 아니라 애플이나 화웨이의 고가 스마트폰에도 모두 쓰인다.

문제는 주력 사업인 반도체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대목이다. 반도체 부문은 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에 그쳐,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력 제품인 D램 가격이 지난 7월 최저점을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보합 상태에 머물러 수익성이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반도체 수요가 쉽게 살아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공급 불안 우려도 여전하다. 일부에서는 "이번 실적은 환차익과 성과급 절감 같은 일회성 이익에 계절적 성수기 효과가 반영된 반짝 실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3분기에는 달러당 원화 환율이 1200원 안팎까지 올랐다. 삼성전자는 수출해 받은 달러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약 2000억~3000억원의 환율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와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4분기에 7조원 남짓한 영업이익을 기록해 올해 영업이익이 27조~28조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불황이 4분기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큰 데다, 스마트폰 부문도 4분기에는 애플의 신작 아이폰과 경쟁하느라 마케팅 비용이 커지기 때문이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한 해에만 6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던 작년과 같은 대호황은 한동안 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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