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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30년전 아무도 안 믿어줘" 화성 8차 복역자 재심 청구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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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재 자백 이후 논란 커져

8차때 수사기록·증거 모두 폐기… 법원이 재심 결정할지는 미지수

이춘재도 체모 채취 등 수사받아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가 자백한 8차 사건을 두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당시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수감됐던 윤모(52)씨는 8일 재심 청구 의사를 밝혔다. 그는 항소심 결심공판 때 국선 변호인이 불참해 임시 변호인이 맡는 등 법적 조력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8차 사건에 대한 수사 기록이나 증거물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진실 규명에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윤씨는 이날 충북 청주 자택을 찾아간 취재진에게 "가족과 상의해 재심도 진행하고, 변호사도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0년 전 모두 나를 범인으로 몰아세웠다. 내가 가장 믿지 않는 것이 경찰과 검찰, 언론이다"라며 "그때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왜 지금에서야 나를 찾아 괴롭히느냐"고 따졌다. 그는 1심에서는 자신이 범인이라고 자백했으나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진술을 뒤집었다. 2심 결심공판 때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변호한 그의 국선 변호인은 결심공판 때 출석하지 못했다. 대신 임시 변호인을 맡았던 나형수(74) 변호사는 8일 본지 인터뷰에서 "항소이유서는 전임 국선 변호인이 작성했고, 재판 관련 자료를 넘겨받지 못했다"며 "당시에 특히 살인범은 국선 변호인이 적극 변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심은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돼야 청구가 가능하다. 윤씨는 이춘재의 자백을 근거로 재심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춘재가 8차 사건을 자백하면서 진범으로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도 진술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의 집과 가까워 정황적, 장소적으로는 그렇게 자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피해자 박모양의 집과 한 집 건너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다. 범인으로 검거된 윤씨도 인근에 거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춘재도 음모를 채취하는 등 수사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형태나 혈액형이 달라 방사성동위원소 분석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8차 사건 수사 기록과 증거물도 남아있지 않다.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증거는 관련 법률에 따라 확정 판결 20년이 지나면서 2011~2013년 순차적으로 모두 폐기됐다. 배용주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수사·기소 과정에서 윤씨 자백의 임의성을 훼손할 만한 문제가 없었는지, 증거로 채택한 과학수사 결과가 검증이 됐는지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까지 이춘재에 대한 13차 대면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당시 수원권, 청주권의 미제 살인 사건을 포함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은 이춘재가 자백한 14건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이춘재는 프로파일러 대면 조사에서 좋아하는 음식 등 신변잡기만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가 자백한 살인 14건, 성범죄 30여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진술은 추가로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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