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개체수 조절 숱하게 요청
농식품-환경부 이견 때놓쳐
축산업계 등에서 ASF 국내 유입 훨씬 전에 야생멧돼지가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살 등 개체수 조절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부처간 엇박자로 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8일 관련 정부 부처와 축산업계 등에 따르면 양돈업계와 수의전문가들은 중국에서 ASF가 발생했을 당시부터 멧돼지를 매개체로 북한을 거쳐 ASF 국내유입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개체수 조절을 정부에 줄기차게 요청했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는 이를 수용해 멧돼지 사살 대응 등 강력한 주장을 폈지만 환경부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며 난색을 표하는 등 엇박자를 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를 의식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8일 이낙연 총리가 유엔사와 협의해 DMZ내 멧돼지에 대한 사살이 가능하도록 해놨지만 비무장지대(DMZ)를 관할하는 국방부 역시 지난 2일 DMZ 멧돼지 폐사체에서 바이러스 검출이 확인되기까지 수개월간 멧돼지 사살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눈치보기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같은 대처는 동물보호 성향이 강한 정책을 펼쳐온 EU국가들의 경우에도 ASF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강력한 야생멧돼지 관리대책을 전개하고 있는 것에 비해 크게 대조된다. 프랑스의 경우 ASF가 발생한 벨기에 접경 야생멧돼지에 대한 전두수 살처분 방침을 올초 발표했으며, 독일에서는 야생멧돼지 수렵을 연중 허용해 지난해 야생멧돼지 수렵실적이 전년대비 50% 증가하기도 했다.
정부는 DMZ 멧돼지가 ASF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자 그제서야 국방부가 DMZ내 멧돼지 사살과 민통선내 헬기 방역에 나서고 환경부는 접경지역 대응인력을 2배로 늘리는 등 대책을 강화했다.
수개월전 북한 내 돼지열병 발병을 확인하고도 멧돼지가 철책을 넘어올 일이 없다던 입장에서 180도 달라진 것이다. ‘뒷북대책’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멧돼지의 서식밀도는 포획증가를 통해 낮추기가 쉽지않으며 (오히려) 서식환경의 수용력에 의해 결정된다”며 “ASF 발생 이후 사전포획을 강화한 결과, 포획실적이 접경지역은 4.7배, 전국은 2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야생멧돼지 첫 감염확인 사례를 계기로 DMZ가 상당 부분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야생 멧돼지에 ASF가 창궐할 경우, 토착화하면서 사육 돼지를 아무리 살처분해도 종식이 어려울 거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오연수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야생멧돼지 이동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DMZ 지역 예찰에 집중하면서 양돈 농가와의 접촉을 최대한 막는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우·배문숙 기자/de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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