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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양돈 관련업계 "돼지살처분, 양돈농가 파산 가능성 커"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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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방역당국 관계자가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여부를 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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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이유로 전량 살처분 작업을 진행 중인 김포·파주·강화 지역 돼지사육 농가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자금력이 넉넉치 못한 농가의 경우 파산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강화군 39개 농가가 사육하던 3만8030만두를 살처분했다. 또 파주시와 김포 두 지역의 사육 돼지 13만5000 마리도 살처분 작업작업과 수매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살처분 작업이나 수매를 진행 중인 농가에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 6개월간의 생활안정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수매단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전 5일간 도매시장 평균 가격(축산물 품질평가원 시세)이다.

하지만 양돈사업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농가는 감염에 따른 살처분이나 예방차원의 살처분으로 사실상 파산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냄새와 수질오염 등 환경과 관련된 민원이 많은 양돈 사업의 경우 환경처리시스템을 갖추는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상당수 양돈 농가들이 2010년 이후 부쩍 강화된 환경규제에 맞게 양돈장을 새로 지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대식 양돈장의 경우 건축비가 1평당(3.3㎡) 250만원 수준이다. 모돈 100두를 기준으로 할 때 550~600평 규모의 축사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 15억원이 필요하다. 대다수 농가들은 이 자금을 농업 관련 정책자금을 통해 조달한다. 대부분 융자를 받은지 5년까지는 이자만 낸 뒤 그 뒤부터 10년에 걸쳐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는 식이다.

시설을 짓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새끼돼지를 입식하는 비용과 이 돼지를 키우는데 필요한 약값과 사료값, 인건비 등의 관리비도 만만치 않다. 새끼돼지 1마리 입식비용(생후 70일)은 13만~14만원 수준이고, 한 마리가 하루 약 1500원 어치의 사료를 먹는다. 다른 비용까지 포함하면 일반적으로 새끼돼지를 들여와 출하할 때까지의 손익분기점은 35만원쯤이다.

최근 다 큰 돼지 한 마리는 40만원쯤 거래된다. 정부가 40만원을 보상을 해준다고 가정하면 1마리당 입식비용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을 제하면 5만원쯤 남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살처분 농가의 경우 길게는 3년 이상 재입식이 불가능해 이 돈으로는 원금을 상환하고 이자를 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잠잠해져도 살처분 농가의 어려움은 개선되기 쉽지 않다. 재입식을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입식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환경문제 등의 이유로 재입식 허가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입식 허가를 받아도 다시 새끼돼지를 입식해 모돈(어미돼지)으로 키우고, 이를 통해 생산한 새끼를 키워 출하할 때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리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다.

최상락 한돈충남도협회 회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돼지고기 자급률이 62~63%였는데 40% 이하로 떨어지면 수입 돈육 가격이 올라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돼지고기 자급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보상을 해주고 재입식 자금을 저리로 대출해주는 등의 대책이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환 농업전문기자(daeba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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