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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사설] 속절없이 무너지는 ‘수출 강국’의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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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이 경쟁국들 가운데서 가장 크게 타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까지 세계무역기구(WTO)의 주요 수출국 실적을 집계한 결과 우리의 수출 누적액은 3173억 36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94% 줄어들었다. 중국을 제외하고 주요 10개국 실적이 모두 줄어들긴 했지만 전체 평균 감소율(2.84%)을 훨씬 넘어서는 수치다. 미·중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주의 여파로 글로벌 교역이 계속 위축되는 중에서도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이 컸음을 말해준다.

특히 우리 경제성장에서 수출의 기여 비중이 작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수출이 부진하면 경제가 그만큼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수출 실적은 작년 12월 이후 9월까지 10개월 연속 내리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1년중 월별 500억 달러 수준의 수출 실적을 상당히 기록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500억 달러를 달성한 경우가 한 차례도 없었다. 수출업계가 처해 있는 심각한 상황을 짐작하게 된다.

하반기 들어서도 수출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오히려 일본과의 교역 갈등까지 겹침으로써 당분간 더욱 악화될 조짐이다.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대응책 마련을 약속해 왔으나 아직 마땅한 방안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부품·소재 조달 방안이나 주52시간 근무제가 마찬가지다. 그러는 사이 수출부진 충격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제시되고 있다.

수출 부진에서 초래된 불확실성을 조속히 걷어내야 하지만 정책적 대응은 미진하다. 정부는 기업들의 고충을 귀담아듣는다고 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제자리걸음이기 일쑤였다. 규제·노동개혁이 시급한데도 거의 뒷짐만 지고 있는 분위기다. 정치권도 ‘조국 파동’에 따른 이념·정파 싸움에 경제 현안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기업들의 생산·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장기 불황에 따른 디플레이션 공포까지 닥쳐오고 있다. ‘수출 강국’의 자부심을 되살리려면 지금 당장 나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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