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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파스 발라줘” 신고에도 출동 의무 지켜야 하는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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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구급대 이송인원 41%가 ‘비응급’
보름에 한 번 상습 신고도 398명 달해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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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119대원) “혼자 파스 바르기가 좀 그래서 와서 도와줘요.” (상습 신고자)

지난 5월 부산에 사는 A씨는 119에 “파스를 발라 달라”며 신고를 했다. 처음이 아니었다. 이전에도 “붕대를 감아 달라”는 등의 사소한 이유로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허위 신고’가 아니므로 119구급대는 현장에 출동할 수밖에 없었다. 강원도에 사는 B씨는 술만 마시면 매번 119에 신고해 “죽고 싶다”고 주정을 부렸다. 119대원이 “긴급전화니 이런 전화를 삼가 달라”고 부탁하자, 욕을 하며 화를 냈다. B씨는 셀 수 없이 많이 신고를 해 대원들이 그의 이름을 외울 정도였다.

최근 119구급차 출동을 악용하는 비응급·상습신고자들의 신고로 구급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은 명백히 119구급대의 응급구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지만, ‘거짓 신고’로 볼 수 없어 처벌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2019년 8월까지 3년 8개월 동안 119구급대의 이송인원 가운데 ‘신속한 처치가 필요한 환자’가 아닌 경우는 모두 228만 3263명으로 전체 이송인원(548만 9158명)의 4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6년 72만 4331명(40.4%), 2017년 75만 7942명(41.7%), 2018년 60만 6629명(32.2%), 올해 8월까지 51만 5726명(42.0%)으로 매년 3분의1 이상이 비응급 환자였다. 또 동일인이 119구급대를 보름에 한 번꼴(연 24회 이상)로 부른 상습신고자는 398명에 달했다. 연 50회 이상 부른 신고자도 51명이나 됐다.

거짓으로 119신고를 하거나, 구급대의 의료 활동을 방해하면 소방기본법 또는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119로선 유선상으로 허위 여부를 판명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거짓이더라도 혹여 출동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비응급·상습 신고가 들어오면 대부분 출동할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비응급 상황의 119 신고가 계속되면서 소방력 낭비는 물론 구급대원 사기 저하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병원 이송 등을 위해 상습적으로 신고하는 사람들을 다른 기관에 연계하거나 현행법에 따라 엄격하게 사법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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