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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비핵화 출발선 다시 긋고 문턱 높인 '김정은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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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the300]비핵화前 선행동 요구...최고수위 압박, 탄핵위기 트럼프 ‘양보’ 노림수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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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험사격을 참관하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2019.8.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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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실무협상의 북한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7일 평양 귀국 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 두고 보자”고 말했다. “앞으로 회담이 진행되는가 마는가 하는 건 미국 측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미국이 ‘새 계산법’을 들고 오지 않을 경우 한반도를 긴장 국면으로 끌고 가는 ‘새로운 길’에 나설 수 있다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노딜’로 끝난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새 계산법’을 요구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속내와 셈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노딜’의 충격을 만회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협상 틀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벼랑끝전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상 결렬 후 김 대사와 북한 외무성이 내놓은 대미 비난 성명과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번 협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북한이 협상 프레임과 비핵화 출발선의 재설정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상 구도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보다 후퇴한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로 되돌아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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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오후 스웨덴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서 북미협상 결렬을 선언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명길 순회대사는 성명에서 “미국은 그동안 유연한 접근과 새로운 방법, 창발적인 해결책을 시사하며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하였으나 아무것도 들고 나오지 않았으며, 우리를 크게 실망시키고 협상 의욕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 로이터=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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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사는 협상 결렬 직후 성명에서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발사 중지, 북부 핵 시험장의 폐기, 미군 유골 송환 등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비핵화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명백히 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미 단행한 여러 신뢰조치에 상응하는 행동에 미국이 나설 때 본격적인 비핵화 논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당시 핵실험 중단 등 선제 조치에 더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를 제안하고 유엔 대북제재 핵심 결의안 5개의 해제를 요구했다. 이번엔 협상 단계를 더 잘게 쪼개 문턱을 추가로 높인 셈이다.

반면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에 제시했던 상응조치에 더해 ‘유연하고 창의적인 접근법’을 적용한 새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출발점을 하노이 회담 당시 북미간 합의점으로 삼고 북한이 비핵화의 ‘포괄적 합의’에 응할 경우를 전제로 일부 제재완화 등 새 구상을 추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에서 ‘신뢰 조성’ 단계와 ‘비핵화 논의’ 단계를 분리하고 협상의 틀과 출발선 재정립에 집중한 것 같다”며 “신뢰 조성 단계에서 못 지킨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협상 문턱을 높여 새 틀을 짜려는 접근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고 수위의 요구와 압박으로 북한의 셈법을 관철하기 위해 협상 결렬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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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빌리지에서 열린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약회사가 민주당의 탄핵 조사를 일부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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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 연구위원도 “북한의 셈법은 미국이 자세와 태도를 바꾸라는 것”이라며 “‘쌍중단’ 식으로 ‘우린 먼저 (핵실험 중단 등을) 했으니 이젠 미국이 행동을 할 차례라는 의미”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서 처한 정치적 위기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 재선 도전을 앞두고 연말부터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지만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려 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 정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서둘러 실무협상 날짜를 잡은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미 대선 일정과 맞물린 연말 시한을 내세워 트럼프 대통령의 양보를 이끌어 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대사의 '끔찍한 사변' 발언도 핵실험 재개를 넘는 무력도발을 시사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유도하려는 의도된 대미 압박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북핵 문제가 미 국내 여론과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북한의 바람만큼 크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의 강공 모드가 이어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판을 깨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외교적 성과를 만들려면 반드시 ‘포괄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의지가 강하지만 북한에 일방적으로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은 오판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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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2박 3일 방한 기간 동안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회동을 마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2박 3일 서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비건 대표는 행정상 이유로 귀국 날짜를 하루 미뤄 23일 오전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오늘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하여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9.8.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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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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