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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스톡홀름 노딜, 김정은 대화의지 있나…文정부 의지할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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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김성휘 ,권다희 기자] [the300][런치리포트-스톡홀름 노딜]靑 "끝난것 아냐"-이도훈 방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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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스톡홀름 노딜과 양국 요구사항/권다희 기자,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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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트럼프와 '직거래' 원하는 김정은…협상의지 '물음표' 여전

-北 셈법 고수하지만…배드딜은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협상 의지에 달린 물음표가 여전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안한 정치적 입지를 활용해 핵을 최대한 오래 보유하면서 핵심 경제제재 해제를 노리는 ‘직거래’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7일 정부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북미 실무협상에서 미국은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포괄적인 합의 방안을 모색했다. 반면 북측은 협상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밝힌 대로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에 대한 보상을 주장했다.

미국은 북측의 요구에 석탄·섬유 등의 제재 조치를 일정기간 유예해주는 카드를 만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영변 핵시설 폐기와 그 이후에 진행돼야 할 핵 신고 및 반출 등 다음 단계 스케줄(로드맵)을 확정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측은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이 아니다”며 거부했다.

북측은 “미국이 빈손으로 나왔다. 새로운 방법이 없었다”고 했지만, 정작 빈손으로 나온 것은 자신들이었다. 하노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에 5개 경제제재 해제를 걸었던 것과 가까운 자세로 협상에 임했다. 미국이 ‘일괄타결 빅딜’에 가까웠던 입장을 수정, 단계적 해결방식을 상당부분 수용한 것과 차이난다.

트럼프 대통령을 자신들이 압박할 수 있다고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탄핵·재선 등 정치 일정을 볼 때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서 자신들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명길 대표가 “ICBM 시험발사 중지를 유지할지 여부는 미국 측에 달려있다”고 한 게 그 근거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성과를 ‘없던 일’로 만들어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벼랑끝 전술을 썼다.

같은 맥락에서 실무협상 보다 ‘톱다운’으로 협상 타결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김명길 대표는 “앞으로 북·미 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고 그 시한은 올해 말까지”라며 연내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국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에 일부 양보를 하면서 ‘톱다운 딜’ 성사를 노릴 것이라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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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뉴시스】박진희 기자 =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미회동을 마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배웅하고 있다. 2019.06.30.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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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북측의 셈법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딜(no deal)’이 ‘배드딜(bad deal)’ 보다 낫다는 점을 지난 하노이에서 보여줬다.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영변 핵시설 폐기에 핵심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배드딜’이 성사될 경우 오히려 미국 내에서 심각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북측이 “끔찍한 사변”을 거론하며 ICBM 발사 재개를 시사하는 것 역시 자충수다. 만약 김 위원장이 ICBM 발사를 재개할 경우 자신이 천명한 ‘경제총력’ 역시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중국도 북측을 도울 명분을 상실할 수 있다. 한반도가 ‘화염과 분노’ 국면으로 회귀하고, 경제적 혜택까지 받지 못할 경우 김 위원장의 국내 정치적 위상도 추락할 수밖에 없다.

북한식 셈법만 앞세우는 것에 따라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문만 커지고 있다. 남북미 간 진행돼 온 협상의 기본 전제가 “김 위원장은 기존 북측 지도자와 결이 다르다”이다.

김 위원장도 선대와 같이 ‘시간 끌기식 협상’에만 골몰하는 지도자임이 확인될 경우 ‘신뢰’를 기본으로하는 비핵화 협상이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핵 보유국 지위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불필요한 의심에도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현 상황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이번 ‘스톡홀름 노딜’이 북측의 단순 기싸움일 경우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로드맵 결단을 한 상황이 아닌 이상 북미 간 딜이 성사되기 어렵다. '노딜'을 방지하기 위한 실무협상도 필수다.

북미 협상 중재에 올인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청와대에서 "문이 완전히 닫힌 게 아니다"고 반응하는 이유다.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결단도 없이 핵 협상을 시작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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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뉴욕 유엔 총회 본회의장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 강화'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2019.09.25. photo100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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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트랜스폼·답방 띄웠는데 노딜에 난감..靑 "협상 안끝났다"

-남북미 정상 '삼각신뢰'에 기대

청와대는 북미 비핵화 협상 난항에 겉으론 담담해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모멘텀을 만들기 어렵고 한미 공조에 기댈 수밖에 없는 난제다. 청와대는 남북미 정상간 신뢰를 바탕으로, 북한이 대화를 완전히 닫은 건 아니라는 데 희망을 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가진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후 청와대는 7일까지 극도로 말을 아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그때그때 상황은 유동적이라도 큰 틀의 방향은 긍정적'이란 게 청와대의 기본 시각이다.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문 대통령-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로에게 가진 '삼각 신뢰'는 확고하다는 판단이 하나다. 다음은 남북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합의다. 청와대는 미국의 대북 매파(강경파)든 북한의 군부 강경파든 3국 정상간 신뢰를 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남북이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협력을 모색하는 것은 비록 속도가 느려도 방향이 정립됐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국군의날 즈음에도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과, 여기서 찾아낸 유해가 66년만에 가족 품에 돌아간 걸 내세웠다. 고(故) 남궁 선 이등중사가 그런 경우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기획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군사합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큰 흐름에서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재가동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스톡홀름의 "결렬" 선언과 이후 계속되는 북한의 거친 반응은 역사적으로 봐 왔던 벼랑끝 협상술의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낙관만으로 돌파하기에는 상황이 가볍지 않다.

북한은 실무협상 직전인 2일 바다에서 쏘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SLBM은 핵공격에 이용할 수 있는 전략자산의 하나이므로 한층 무거운 도발로 다가온다. 자칫 남북간 적대행위 중단 약속도 무력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는 북미, 남북미 간에 정교하게 맞물려야 하는 '톱니바퀴'가 서로 멀어지며 헛도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를 막기 위해 단단하게 한미공조를 계속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북미 대화 재개의 기회가 왔을 때 다시금 타결을 모색한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이 방미,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는 것도 이런 차원이다.

북한을 향해선 체제안전보장을 위한 국제협력을 끌어내겠다는 메시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한미 양국이 북한과 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transform)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DMZ(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어 북한의 안전과 경제적 투자를 동시에 보장하는 방안을 냈다.

11월말 부산에서 열릴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해 달라는 메시지도 정부 차원에서 나온다. 김 위원장이 아세안 회의에 오면 국제 다자무대 데뷔인 데다 문 대통령의 지난해 9월 평양방문에 따른 답방 의미도 겸할 수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힌 것이 아니라 스웨덴 북미 협상을 평가하기에 이르다"며 "스웨덴 협상은 종료됐지만 비핵화를 풀기 위한 협상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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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 2번째)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 앞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 2번째)와 환담을 하고 있다. 2019.8.21./사진=김창현 기자



③이도훈 美서 비건과 협의…안갯속 북미 재협상 머리 맞댄다

-노딜 직후 한미북핵수석 협의…정보공유, 후속 논의 등 예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노딜’로 끝나며 한미가 이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한미는 ‘대화 모멘텀 유지’에 방점을 두고 북한의 협상 복귀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외교부는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이날부터 10일까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두 대표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양국간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같은 시기 미국에 방문하는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도 한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열고,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도 가질 예정이다.

한미 북핵수석대표는 ‘노딜’로 끝난 지난 5일(현지시간) 북미 실무협상의 후속 조치를 논의할 전망이다. 당시 협상장에서 북한이 밝힌 요구 등을 복기하고, 북한과의 재협상을 위한 대응책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와 미 국무부는 북미 실무회담 전에도 상응조치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 해 왔다.

북한이 협상 후 ‘불쾌하다’며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지만, 현 단계에서 미국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후 첫 대면 협의로 북한의 입장을 확인한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요구를 기반으로 미국의 입장을 체계화하는 논의가 가능해졌다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한미는 북한이 대화를 중단하겠다는 기조는 ‘전혀 아니다’라는 판단 하에 협상을 끌고 나가는데 방점을 두고 후속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이번 협상에서 ‘생존권(체제안전보장)’과 ‘발전권(제재해제)’의 보장을 언급하며 하노이 회담 대비 상응조치의 문턱을 높인만큼, 북한의 속내를 파악하기 위한 분석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는 특히 북한이 첫 협상인만큼 가장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요구를 내놓았으며, 실제 협상과정에선 요구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미간 논의 과정에선 미국이 북한에 제시한 싱가포르 4개 합의의 각 항목을 진전시킬 새 아이디어들의 ‘순서’ 배열과 여러 경우의 수가 재검토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기존 조치를 내세우며 미국에 상응하는 ‘실제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북한은 스웨덴 측이 제안한 ‘2주내 협상’에 대해서도 “만날 의향이 있다는 건 사실무근”이라며 연말까지 미국이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북측은 전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이어 이날 협상수석대표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의 발언을 통해 “미국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어떤 끔찍한 사변이 차려질 수 있겠는지 누가 알겠느냐”고 재차 미국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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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AP/뉴시스】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 김명길(가운데)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김명길 대사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이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돼 매우 불쾌하다”라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실무진과 좋은 논의를 했다"면서 2주 이내에 북미 간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내용의 스웨덴 측 초청을 수락했으며 북측에도 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2019.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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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김성휘 ,권다희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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