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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5G를 경험해 본 데이터가 가장 많이 축적돼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실리콘밸리가 한국의 5G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한국에서 뭔가 새로운 서비스가 터지면 급속도로 다른 나라에 전파될 것이다."(실리콘밸리 IT 기업 모 엔지니어)
글로벌 IT 산업의 요람 실리콘밸리가 한국의 5G 노하우와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달 26~27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방문길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자 등 글로벌 IT공룡 CEO들과 앞다퉈 연쇄 회동을 가졌다. 구글 본사로 방문해 주요 임원과 미팅을 했다. 세계 최초로 5G 상용 서비스를 실시한 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LG유플러스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 하 부회장은 실리콘밸리 방문 일정 중간에 특파원단과 만나 "한국의 5G 가입자가 단기간에 300만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글로벌 IT기업 CEO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며 "5G 서비스상에서의 소비 패턴 데이터 이야기를 구글 주요 임원 등에게 하니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5G 인프라 위에서 실리콘밸리 IT 기업들이 각자 선보이고 싶어하는 서비스들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글로벌 5G 서비스의 실험 무대가 바로 한국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퀄컴의 제임스 톰슨 CTO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샌디에이고에서 기자들과 만나 "5G 스마트폰이 출시된 이후 불과 4개월 동안 200만대가 팔린, 세계에서 5G가 가장 앞선 시장"이라고 한국을 평가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코트라 등 한국 정부가 주관한 'K-글로벌' 행사에 연사로 나선 조너선 데이비슨 시스코 시니어부회장은 "5G에 있어서는 한국이 가장 뛰어난 테스트베드임에 틀림없다"며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5G로 인해 새로운 서비스들이 나올 것임에 틀림없는데 한국에서 그 가능성들이 살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박진효 SK텔레콤 CTO는 "(한국은) 2013년 LTE가 출시됐을 때부터 5G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오랫동안 준비한 한국의 기술력을 강조했다. 그는 "다음달 정도면 5G에 500만명이 가입할 것 같다"며 "4G 때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5G가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IT 기업의 거물들은 5G 혁신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한국을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지난 4월 5G가 개시된 직후 미국 클라우드기업 세일즈포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는 극비리에 한국을 찾았다. 애플 스티브 잡스,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의 뒤를 잇는 혁신기업가의 대명사로 꼽히는 그가 한국을 갑작스럽게 방문한 이유는 5G 때문이었다. 일본 출장길이던 베니오프 CEO는 당일치기로 KT를 방문해 5세대(G) 통신을 상용화한 한국의 기술을 살펴보고 갔다. 해외 통신사업자들은 임원진 수십 명을 꾸려 '5G 견학'을 자처하고 있다. 유럽 통신사 도이치텔레콤(독일)의 팀 회트게스 CEO는 지난 6월 임원 50명과 함께 '5G 체험단'을 꾸려 SK텔레콤을 방문했다. 이들은 나흘간 서울에 머물며 5G 네트워크, 서비스, 스타트업까지 5G 생태계 전반을 공부하고 갔다. 그 외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통신사 레인, 싱가포르 대형 통신사 싱텔, 일본 통신사 소프트뱅크,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 등 임직원도 방한해 국내 이동통신사들과 협력을 논의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5G의 서비스와 비즈니스모델(BM)이었다. 이들은 AR·VR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 스마트팩토리 등 5G 서비스를 공부하고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한국의 5G 서비스 현황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면서 5G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 3일 5G 세계 최초 도입 이후 가입자숫자 증가와 더불어 다양한 콘텐츠 소비패턴의 변화들이 데이터 형태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예를 들어 LTE 때보다 콘텐츠 이용 데이터가 10배 이상 늘어난 사용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다양한 소비자들의 이용데이터를 활용하면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5G 인프라를 이용해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게 된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은 5G를 이용해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협업에 나서고 있다.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통신사들이 글로벌 콘텐츠 및 IT 기업들과 협업에 나섰다는 뉴스들이 줄을 이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은 게임, 자율주행차, 동영상 스트리밍 등과 같은 영역에서 새로운 서비스들을 모색하고 있다. 박진효 SK텔레콤 CTO는 '실리콘밸리2019' 행사에서 자사가 집중하고 있는 서비스 영역의 일부를 공개했다. 예를 들어 증강현실을 활용해 동물원이 아닌 가상동물원 공간에 실제 동물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경험이 가능하다. 하나의 동영상을 10개의 스크린에 다중으로 공급하는 기술도 일부 시연했다. 게임을 클라우드상에서 실행시키고 스트리밍으로 플레이하다가, 이를 트위치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라이브로 중계하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그리고 나아가 게임 동영상을 시청하다가 그 게임 속으로 들어가 실제로 플레이를 해 보는 것도 5G 시대에는 가능해진다. 기업에도 5G는 큰 기회다. 박 CTO는 "5G로 실제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공장도 있다"고 말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
제임스 톰슨 퀄컴 CTO는 "5G 통신을 통해 웨어러블 기기, 카메라, 센서, 로봇 등이 주고받는 데이터의 양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처리 속도도 획기적으로 빨라질 것"이라며 "그만큼 제조 비용을 줄이고 수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 서비스 또한 5G에서 가능하다. 승차공유 회사 리프트의 자율주행프로그램 부사장인 나딤 셰이크는 '실리콘밸리2019' 행사에서 "영화 감상의 수단이 DVD에서 스트리밍으로 바뀌었듯, 자동차도 소유권에서 주문형(on demand)으로 서비스로서의 교통으로 바뀔 것"이라며 "5G 기술로 인해 그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지포스나우'를 번들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하 부회장은 "글로벌 최고와 협업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타트업들과도 협력해서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5G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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