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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IT] 로펌 산더미 같은 문서작업…인공지능으로 확 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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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공지능(AI)은 변호사의 일자리를 앗아가기보다 오히려 변호사의 시간을 절약해주고 업무 효율성을 높여주는 조력자입니다."

영국 리걸테크 기업 루미넌스의 에밀리 포지 대표는 "AI 도입으로 변호사의 종합적 판단능력과 논리적 사고가 더욱 중요해졌다. 글로벌 로펌과 로컬 로펌, 대형 로펌과 중소 로펌 사이 인적·물리적 차이도 AI 도입으로 간극이 좁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걸테크는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하는 법률 서비스를 뜻한다. 과거에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이나 소프트웨어를 일컫었지만 AI와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인공지능 등 기술 기반 법률 산업을 뜻할 때 쓰인다. 2015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설립된 루미넌스는 글로벌 리걸테크 스타트업이다. 영국 대형 로펌 상위 5곳 중 4곳이 루미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포지 대표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세계변호사협회(IBA) 총회 참석차 방한했다. 이 총회는 '변호사 올림픽'으로 불리는 법조계 최대 행사다. 130여 개국 5000명 법조인들이 참석했다. 올해는 서울에서 최초로 열렸는데, 루미넌스는 여기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앤장, 율촌 등 국내 대형 로펌 시니어 변호사들이 참석해 AI 도입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달 27일 IBA 총회가 끝나고 서울 강남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만난 포지 대표는 "한국에도 우수한 로펌이 많다. 글로벌 인수·합병(M&A)이 주력인 로펌에 우리 기술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어 서비스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루미넌스가 제공하는 AI 소프트웨어는 세계 각국 법률, 정책, 판례 등을 제공하고 분석도 해준다. AI는 문서를 분석해 위험 요소를 짚어주고, 각 판결문과 정책 요소를 시각화해서 보여주며, 법률에 대한 리뷰도 제공한다. 사용자가 키워드를 입력하면 관련 법률 데이터가 제시된다. 사용자는 원하는 정보를 고르고 거기에 해석을 달고 멤버들과 공유할 수 있다. 방대한 문서 속에서 데이터 선별 시간을 줄여주는 셈이다.

포지 대표는 "로펌에서 막내 변호사들은 페이퍼 워크를 하느라 매일 야근을 한다. 이들이 일일이 문서를 모으고 정리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드는데 루미넌스 AI가 이러한 사전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줄여준다"면서 "고객사들은 주니어 변호사들 삶의 질이 루미넌스 도입 후 개선됐다고 호평한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유럽 전역에 적용되는 개인정보보호법(GDPR)과 관련해 유럽에서 영업하는 기업들이 대비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유통업체는 루미넌스 기술을 도입해서 GDPR 준비 시간을 80% 줄였다. 포지 대표는 "이 기업이 자체 인력으로 GDPR를 파악하고 법적 매뉴얼을 준비할 때 사전 작업에만 9주가 소요된다고 예측됐다. 그러나 루미넌스를 사용해서 단 2명의 인력만으로 7일 안에 매뉴얼 작업을 완료했다"고 했다.

변호사 업무는 계약서 검토, 법률자문 등 여러 업무가 중첩적으로 포함된다. 포지 대표는 "AI가 판례 수집, 독소조항 등 법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도 분석해주기 때문에 변호사는 법률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포지 대표는 궁극적으로 리걸테크 발전은 로펌 규모, 지역적 한계를 허물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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