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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코스닥人]정형석 케이프 대표 "선박엔진 교체 수요 증가…성장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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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핵심부품 제조…"대형 부지·장비 등 진입장벽 높아"

AS시장 진출에 현대중공업 납품까지…매출 성장 지속

IMO 규제로 엔진수요 증가…"내년 5월까지 수주물량 확보"

친환경 엔진용 제품 독점…"과도한 저평가 탈피 기대"

이데일리

정형석 케이프 대표(사진=케이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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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내년 5월까지 실린더라이너 수주 물량이 이미 확보돼 있고,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따른 신규 선박 발주와 교체 수요만 해도 내후년까지 회사의 실적 성장을 충분히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지난 2일 오전 경남 양산에 위치한 케이프(064820)를 찾았다. 양산역에서 차로 15분, 관문과 같이 자리한 일맥교를 건너면 바로 케이프 본사와 공장으로 이어진다. 주위에 대나무로 둘러싸여 마치 섬 같은 느낌을 주는 케이프 본사는 4만1000평 부지에 사무동, 주물동, 가공동, 생산자재 창고 등 6개 동이 자리하고 있다.

◇선박 엔진 핵심부품 제조…“대형 부지·장비 등 진입장벽 높아”

케이프는 선박 엔진 부품인 실린더라이너를 생산해 현대중공업, HSD엔진, STX엔진 등 국내 업체 뿐만 아니라 만(MAN), 바르질라 등 글로벌 엔진 업체에도 공급하고 있다. 실린더라이너는 엔진 피스톤의 왕복운동 통로이자 분사된 연료의 압축 및 폭발공간을 형성하는 선박 엔진의 핵심부품이다.

정형석 케이프 대표는 “실린더라이너는 선주사가 직접 어디 회사 제품만 쓰라고 못을 박아 지정해 줄 정도로 핵심 부품”이라며 “실린더라이너 제조는 큰 공장부지와 대형장비, 오랜 기술력, 제품에 대한 선주사 인지도와 신뢰 등이 쌓여야 하기에 진입장벽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날 찾은 케이프의 주물동과 가공동만 해도 각각 5000평 크기의 넓은 공간에 대형 설비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주물동 입구에는 선철, 고철, 구리, 합금철 등이 쌓여 있었고 이들을 두 개의 용해로에서 녹여 25톤가량의 쇳물을 만들어 낸다. 쇳물의 열을 식힌 다음 조형·합형 공정을 거쳐 실린더라이너의 원형이 만들어지고, 원형은 가공동으로 넘어가게 된다. 3톤에서 많게는 17톤의 무게에 길이도 2m50㎝에서 3m로 제각각인 실린더라이너 원형이 가공동 앞의 넓다란 부지에 쌓여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물동과 가공동 안에서는 각 공정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쇳가루로 인해 방진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밀려드는 수주를 맞추기 위해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주물동 한켠에서는 새로 설치한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생산성 향상을 위해 반자동화를 진행해왔고, 이달 말에는 개선 작업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생산라인이 본격 가동되는 내년부터는 연간 생산능력이 기존대비 15~20% 늘어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가공동에서 외경과 내경을 깎고 녹이 슬지 않도록 코팅하는 공정을 거친 실린더라이너들이 수십개 줄지어 출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AS시장 진출에 현대중공업 납품까지…매출 성장 지속

전방산업인 조선업이 최근 살아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시장 규모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케이프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30% 증가한 288억원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올해도 목표로 잡았던 30% 이상 성장을 초과 달성했고, 하반기에도 차질없는 물량공급에 집중하면서 실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는 실적 성장의 배경으로 사후서비스(AS) 시장 진출과 현대중공업으로의 납품 개시 등을 꼽고 있다. 선박이 노후해 엔진 교체시에도 실린더라이너 제품이 필요한데, 케이프는 지난 2010년부터 AS시장을 개척해 선주사 등에 교체용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기준 AS 매출 비중은 52%를 차지하고 있다. 정 대표는 “대형상선 선복량은 꾸준히 증가해 올해 약 2만척 규모에 달하는데, 10년 주기로만 엔진을 교체해도 연간 교체가 필요한 선박은 2000척”이라며 “한 선박에 엔진이 8개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하면 연간 실린더라이너의 교체 수요는 1만6000개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현대중공업이 실린더라이너 자체 생산분을 전량 외주로 전환하면서 케이프도 2015년부터 현대중공업향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정 대표는 “글로벌 2위 수준의 경쟁력을 차지하고 있던 현대중공업의 실린더라이너 사업 부문이 철수되면서 회사로 넘어오게 된 물량 규모가 만만찮다”며 “2015년 16%였던 현대중공업 매출 비중은 지난 상반기 기준 25%까지 늘었다”고 강조했다.

◇IMO 규제로 엔진수요 증가…“내년 5월까지 수주물량 확보”

이에 더해 IMO 환경규제로 인한 신규 선박 및 엔진 교체수요가 지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회사의 수주잔고 증가세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 9월부터 시행된 선박 평형수 규제와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로 노후 선박 교체주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 대표는 “지금 신규로 건조하는 배들은 규제에 맞춰서 만들어지고 있고, 기존 배들은 건조된 연차별로 순차적으로 엔진 교체를 해야 된다”며 “선주사 입장에서 오래된 배들은 아예 폐선하고 새로 발주하는 것이 이득이라 신규 선박 발주 증가에 따라 실린더라이너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친환경 엔진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케이프는 글로벌 엔진 업체 MAN, WIN-GD와 함께 엔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실린더라이너 제작은 IMO의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 개발된 ME-GI, X-DF엔진 등에 맞춰 전환되고 있다. 특히 벙커C유와 기화된 가스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X-DF엔진 생산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데, 케이프는 WIN-GD의 X-DF엔진용 실린더라이너를 전량 수주하고 있다. 케이프의 X-DF엔진용 실린더라이너 생산량은 지난 2017년 111개에서 지난해 211개를 거쳐 올해 465개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IMO 규제로 인해 매출의 30~40% 정도가 추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대표는 “신규 엔진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 우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새로운 엔진이 개발되면 해당 엔진에 맞춰진 실린더라이너를 독점적으로 납품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AS시장도 차지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에도 전년대비 10%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는 게 우선적인 목표”라며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돼 있는 회사가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는 데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이프의 별도기준 순자산은 1400억원이 넘는데 반해 시가총액은 5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케이프 관계자는 “현재 양산 부지 감정평가만 1200억원 수준인데 은행 대출 470억원을 제해도 700억원 이상의 가치가 남는다”고 하소연했다. 내년에는 실적 성장과 더불어 자회사 케이프투자증권의 상장에 힘입어 기업가치가 부각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최근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인해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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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에 위치한 케이프 공장에서 선박 엔진 핵심부품인 실린더라이너가 공정 과정에 맞춰 돌아가고 있다.(사진=케이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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