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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불법도박 베팅 ‘검은돈’ 한해 1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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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컴퓨터로 쉽게 접근, 한 번 손댔다 범죄자 전락 속출

도박중독 상담 지난해 7만건 달해

합법적 사업은 되레 매출 감소… 경륜 수익 안나 운영중단 계획도

동아일보

40대 남성 A 씨는 몇 년째 도박중독 치료를 받고 있다. 2015년 한 정신병원에 8개월간 입원한 적도 있다. 20대 후반 ‘바다이야기’가 전국을 강타했을 때 도박을 시작한 그는 이내 빚더미에 올랐다. 결혼 후 아이가 생기자 끊기도 했지만 잠시뿐이었다. 도박 자금으로 대출한 돈이 1억 원을 넘겼고, 결국 회사 돈에 손을 댔다. 딸과 아내는 그를 떠났고 어머니는 “같이 죽자”며 울었다. A 씨는 “그때 나는 짐승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대 남성 B 씨는 군대에 있을 때 불법 스포츠토토를 접한 게 인생을 바꿨다. 1만 원을 걸어 170만 원을 땄던 잠깐의 경험이 성실히 일할 생각을 접게 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그는 돈이 필요하면 집에 들어가 금품을 훔쳤다. B 씨의 부모는 아들을 부산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접수한 사례들이다. 지난해 접수한 상담만 6만6862건에 달한다. 상담자의 대부분은 불법도박에 손을 댔다 도박중독에 빠졌다.

사감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불법도박 규모는 2015년 현재 83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감위가 4차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가파르게 늘고 있기에 내년에는 150조 원(국가정보원 추산)에서 220조 원(형사정책연구원 추산)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은 늘고 있지만 ‘합법’ 매출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시행되는 합법 사행산업 7개는 국가가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본능에 가까운 도박 욕구를 근절하는 게 어려우니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관리를 하며 그 이익을 세수 등으로 활용하자는 의도였지만 현재 매출 규모는 불법도박의 4분의 1이 안 된다. 합법 사행산업 7개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경마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전년도에 비해 3000억 원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경륜 매출은 최근 10년 새 최저였다. 일부 지역 경륜본부는 타산이 맞지 않아 한시적 운영 중단까지 계획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불법도박이 비정상적으로 성행하는 이유로 환급금이 많고 접근성이 뛰어난 데 비해 단속은 어렵다는 것을 그 이유로 꼽는다.

먼저 불법도박은 합법 사행산업처럼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지도 않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 따라서 같은 금액을 걸었을 때 손에 쥐는 돈이 더 많다. 또한 접근성에서도 상대가 안 된다. 합법 경마·경정·경륜 등은 오프라인으로만 베팅이 가능하지만 불법은 컴퓨터나 휴대전화로도 이용할 수 있다. 게다가 베팅 액수에도 제한이 없다. 온라인 베팅을 합법화한 일본은 사설 경마가 일본중앙경마회 매출의 10%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사설 경마 규모가 합법적인 매출보다 30% 이상 많다.

레저마케팅 전문가 강기두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행대로라면 불법 시장은 계속 커지고 합법 시장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도박의 역기능만 강조하면서 허가 받은 종목까지 부정적으로 보는 것 또한 합법 사행산업을 위축시키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내기를 즐기는 사람들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범법자로 추락할 수 있는 이들을 합법이라는 밝은 곳으로 이끌어야 한다”며 “경마의 경우 온라인 베팅만 허용해도 불법 도박의 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불법 경마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장외 발매소를 말 산업에 대한 문화시설로 탈바꿈시켜 경마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일도 병행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why@donga.com·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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