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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의회정치 실종’ 비판에 떠밀린 여야, 거리 정치서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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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의장·여야 대표 ‘정치협상회의’ 신설 합의

민주당, 대통령·당 지지율 하락 속 사법개혁 화두 출구 모색

한국당, 12일 장외집회 전격 취소…민생 문제로 선회 움직임

문 의장 “사법개혁안 본회의 신속 상정”…갈등 불씨는 남아



경향신문

이해찬 민주당 대표 빠진 초월회 모임 문희상 국회의장(가운데)과 야 4당 대표들이 7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초월회 간담회에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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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집회를 통한 힘겨루기를 벌이며 ‘정치 실종’ 비판을 받아온 여야가 ‘여의도 정치’ 복원에 나섰다. 여야 대표들 간 정치협상회의를 구성하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라 있는 사법개혁 법안 심사도 시작하기로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공방이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상징되는 거리정치로 수렴되면서 ‘정치 공백’이 장기화한 데 따른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이뿐만 아니라 여야가 시민들의 결집을 진영 대결로 조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정치불신을 심화시킨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대의민주주의 위기가 지속되자 ‘여의도 정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데 여야가 뜻을 모은 것이다.

지난 주말까지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로 세 대결을 하던 여야 지도부는 7일 여의도 정치 복원에 뜻을 모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패스트트랙에 오른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법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오찬 모임인 ‘초월회’도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달 제안한 ‘정치협상회의’를 신설·운영하는 데 합의했다. 정치협상회의는 문 의장과 5당 대표가 참석해 검찰개혁을 비롯한 사법개혁과 선거제도 등 정치개혁을 논의할 예정이다.

문 의장은 “장관이 누구든, 검찰이 무슨 자체 개혁안을 내놓든, 국회가 합의만 하면 사법개혁 논쟁은 없어질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사법개혁안을 본회의에 신속히 상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국당도 지난 3일 개천절 집회보다 더 큰 규모로 준비하고 있던 오는 12일 광화문 집회를 취소했다. 한국당은 9일 보수단체들의 집회에도 적극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지난 6일까지도 12일 집회를 예정한 상태였으나 아침 회의에서 집회를 취소했다”며 “여러 민생 현안이 있어 안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가 신속한 사법개혁안 논의와 정치협상회의 구성에 합의한 배경엔 ‘정치 실종’을 비판하는 여론이 자리 잡고 있다. 앞서 범진보 진영의 검찰개혁 집회와 범보수 진영의 조국 장관 사퇴 요구 집회가 열린 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선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3당 원내대표 합의를 발표하며 “지금 광장으로 민의가 쏟아져 나오고 국회에서 정치가 실종된 책임에 대해 통감한다”고 밝혔다.

여야의 의기투합 이면엔 내년 총선을 앞둔 불안감도 깔려 있다.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세를 돌파하려는 의지도 읽힌다.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에서 확인된 민심을 등에 업고 국회 내에서 사법개혁과 민생 현안에 속도를 붙여 집권 3년차 입법 성과를 주도하려는 것이다. 여권은 조국 장관 임명 정국을 거치며 지지율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44.4%로 같은 기관 조사에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 지지율도 전주 대비 1.9%포인트 내린 38.3%로 집계됐다. 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은 검찰개혁이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적 요청이고, 역사의 바른 방향임을 거듭 확인하고 실천하기 위해 나섰다”며 “민주당은 한없이 겸손하고 책임 있게 국민의 뜻을 받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도 ‘정치 실종’ 책임에서 자유로운 처지는 아니다. 20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는 발목잡기로 일관해온 제1야당 책임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 재편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구심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여의도 정치에서 성과가 필요하다. 한국당은 그간 ‘세 대결을 부추긴다’며 진보 진영 집회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광화문 집회’에 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이중적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여야의 여의도 정치 복원 경로가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민주당 최고위에선 “태풍이 닥치던 날 한국당은 민생 현장에 없었다” “국감조차 조 장관 청문회장으로 변모시키는 한국당의 정략적 모습에 유감”이라며 날선 발언이 나왔다.

한국당도 집회 자제를 선언했지만 ‘장기전’에 대비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집회에 사용할 시위곡을 제작하고 집회 참가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해뒀다. 당 관계자는 “조 장관을 두고 집회 대결을 벌이는 것은 한국당에 불리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박용하·박순봉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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