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나는 14건 살인사건
정식 피의자 입건돼야 신상공개 가능
공소시효 만료 처벌 어려워
국회 발의 '특별법' 위헌 소지
경찰, 자백 신빙성 검증 주력
SBS 그것이알고싶다를 통해 공개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 이춘재(56)의 군복무 시절./SB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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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경찰이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씨에 대해 피의자로 정식 입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공소시효 만료 등 문제로 처벌까지는 이어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씨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향후 신병처리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씨의 자백을 검증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화성사건은 당초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8차 사건까지 포함하면 모두 10건이다. 이씨는 8차 사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사실로 전제한다면 남은 살인사건은 4건이다. 경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어떤 사건들을 자백했는지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으나, 화성 일대에서 2건, 충북 청주에서 2건으로 알려졌다.
이 4건은 모두 현재까지 미제로 남아있는 살인사건이다. 1988년과 89년 잇따라 발생한 '수원 여고생 살인사건'이 이씨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각각 1988년 1월4일과 이듬해 7월3일 수원에서 10대 여고생들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아울러 1991년 1월27일 속옷으로 입이 틀어 막히고 양손이 뒤로 묶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박모(17)양 사건, 1992년 6월24일 가정주부 이모(28)씨 피살사건 등이 청주에서 이씨가 자행한 사건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이씨는 강간ㆍ강간미수 등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경찰은 과거 사건기록 등을 토대로 이씨 자백의 신빙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자백의 신뢰성은 낮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씨가 당시 사건 현장을 그림으로 그려가면서 적극적으로 진술했고, 이미 무기수로 수감 중인 점, 공소시효가 지나 자백을 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짓 자백을 해서 얻을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1994년 처제 살인사건으로 체포된 이후 유사 범행이 사라졌다는 점도 이씨 진술의 신뢰성을 높인다.
이씨의 혐의가 경찰 수사를 통해 입증된다면, 가장 먼저 경찰은 이씨를 정식 피의자로 입건하게 된다. 자백한 모든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돼 법적 처벌은 불가능하지만, 피의자 입건에는 문제가 없다. 실체적 진실 규명이라는 차원에서 수사도 가능하다. 다만 최종적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길 때 공소시효 만료에 따른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식 입건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피의자 신분이어야 신상정보 공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사건일 경우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수사기관이 얼굴ㆍ이름ㆍ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씨가 정식 피의자로 입건되면 이 규정에 따라 신상정보 공개가 가능하다. 경찰이 신상정보 공개 여부와 관련해 "관련 법령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언급한 점도 이씨가 아직 정식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 국민을 공분케 한 강력범죄이고, 공개에 따른 공익성도 낮지 않아 충분히 공개대상이 될 수 있다.
향후 변수는 현재 국회에 발의된 '화성연쇄살인사건 공소시효 적용 배제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특별법을 통해 공소시효를 배제, 이씨를 처벌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위헌소지가 다분해 관련 소위 통과조차 불투명하고, 통과된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실제 2015년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없앤 일명 '태완이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계기가 된 '태완이 사건'은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여론에 편승한 법안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경찰은 일단 이씨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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