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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핫이슈] 조국 장관 가족, 떳떳하다면 제대로 조사부터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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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7일 조국 법무부장관 가족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 나선다.

국감에선 조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의혹을 비롯해 조 장관 자녀 입시 특혜 의혹, 조 장관 자택압수수색 당시 조 장관과 현장 검사 통화 논란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또 여권이 '정치검찰'의 악습으로 규정한 피의사실 공표, 과잉 압수수색 등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여 여야간 난타전이 예상된다.

하지만 국감에서 반드시 지적돼야 할 부분은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교수의 비공개 소환을 포함해 조 장관 가족의 '특혜' 대우 논란이다.

현재 피의자 신분인 정 교수는 지난 5일 검찰에 두 번째로 비공개소환돼 15시간 가량 검찰청사에 머물렀다. 하지만 실제 조사를 받은 시간은 2시간 40분에 불과했고, 나머지 시간은 조서열람(11시간)과 식사·휴식으로 보냈다.

보통 범죄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는 진술내용이 많지 않기 때문에 조서 열람을 통해 확인할 내용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수정 요구를 하지 않아 열람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데 정 교수가 무려 10시간 넘게 조서열람을 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정 교수는 지난 3일 비공개로 8시간 진행된 1차 조사 때도 식사·휴식시간 등을 제외하면 5시간 가량만 조사를 받았다. 당시 정 교수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조서에 날인도 하지 않고 귀가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선 "정 교수가 건강을 핑계로 불구속기소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국정농단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당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검찰에 공개 소환됐다. 공직자가 아닌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 또한 검찰청사 1층의 포토라인에 섰다.

이와 비교하면 정 교수의 비공개 소환과 2~5시간의 형식적인 검찰 조사는 일반 국민들 눈에 '특혜'로 비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정 교수는 법률적 자문과 변론을 해주는 변호사만 10명이 넘는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피의자의 인권과 방어권 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정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현직 법무장관의 부인이 아니었어도 이런 특급대우가 가능했을지 궁금하다.

검찰이 조 장관 가족 의혹에 대한 수사 도중 공보준칙까지 바꿔 '피의자 공개소환'을 폐지하기로 했는데, 그 첫 번째 대상이 하필 정 교수인지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만약 검찰이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서초동 군중집회와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면, 그동안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지지해온 다수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검찰이 명확한 증거도 없이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해서도 안되겠지만, 정권 실세와 그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봐주기 수사를 해서도 안된다.

조 장관 가족 의혹 수사와 검찰 개혁은 별개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 교수 또한 자신이 진심으로 떳떳하다면 '특권'의 장막 뒤에 숨지 말고 제대로 조사부터 받기 바란다.

무엇보다 자신과 가족들로 인해 나라가 갈갈이 찢기고 국론이 분열된 데해 국민 앞에 사죄부터 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지난 4일 조 장관 딸의 인터뷰도 특혜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딸 조씨는 친여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tbs 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직접 출연해 "온 가족이 언론의 사냥감이 된 것 같다"며 각종 의혹을 부인했다.

교통방송은 국민들이 낸 수백억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사다. 그런 곳에서 딸 조씨가 표창장 위조 여부 등에 대해선 입을 닫고, 상당 시간을 대중을 향한 '감성 팔이'에 나선 것이다.

만약 우리 청년들이 억울하고 원통한 일을 당했을 때도 이런 기회가 똑같이 제공될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전국 60개 대학생들이 모인 '전국대학생연합'은 지난 5일 딸 조씨에게 "언론매체에서 변명을 하기에 앞서 당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부정한 행위를 통해 받았을 수도 있는 특혜와 불공정한 기회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성찰해본 적이 있느냐"고 질타했다.

평범한 대학생들의 외침대로, 조씨는 자신과 가족의 편법과 반칙으로 인해 기회를 박탈당한 청년들의 상실감과 무력감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부터 할 일이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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