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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위안부=자발적 매춘` 발언도 학문의 자유로 보호받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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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석춘 "학문의 자유 보장해야"…일부 동조론

학계에선 '학술적 가치 없는 의견' 지적

"실증주의 강조했지만 근거 제한적"

학문의 자유, 피해자 명훼 시 제한되기도

이데일리

연구실에서 나오는 류석춘 연세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게 자발성이 있었다는 건 설득력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나의 양심과 학문의 자유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위안부 망언’ 논란 이후 지난달 24일 학내 언론 연세춘추와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소수의 담론이라는 이유로 학문의 자유를 침해해선 안 된다”라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류 교수의 발언 이후 ‘기존 입장과 다른 소수 의견을 내더라도 대학이라는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일부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류 교수가 근거로 든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의 저서 ‘반일민족주의’가 학문적으로 가치가 없다며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식민사관, 학문적으로 사망 선고 받아

지난 1일 민족문제연구소가 주최한 공개 토론회에서 박수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은 “필자 대부분이 뉴라이트로서 이들이 주도했던 대안·교학사·국정 역사교과서는 친일·독재 미화와 함량 미달로 폐기됐다”며 “학문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위안부는 강제로 동원된 게 아니라고 주장한 근거로 극히 제한적인 사례와 통계를 들고 있어 학술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이영훈 전 교수는 각종 통계와 수치를 나열하며 위안부 강제동원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하지만 통계와 숫자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드러내지는 않는다”며 “일부의 사례를 선별해 전체를 왜곡하는 오류가 곳곳에 있다”고 비판했다. ‘반일민족주의’에서는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근거로 위안부 피해자 문옥주 할머니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 상충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의 기억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또한 ‘반일민족주의’가 근거로 사용한 기록 자체가 날조됐을 가능성을 간과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시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실증의 근거로 제시하는 문서와 수치가 식민지배 정당화라는 틀 속에서 작성된 것이라는 비판이 없다”고 지적했다.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일본 정부의 논리를 비판 없이 답습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강제연행은 없었으니 문제가 아니다’라는 ‘반일종족주의’의 주장은 아베 정부의 ‘고노 담화’ 무력화를 위한 술책의 복사판에 불과하다”며 “아베 정부는 일본의 공문서에 의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는 부분만을 문제삼았다”고 지적했다. 1993년 발표된 고노 담화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교수는 “강제동원 무력화 시도는 일본 정부가 가진 자료를 전면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일방적인 것으로 이뤄져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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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망언 류석춘 연세대학교 규탄 집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여성위원회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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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역사부정에…학문의 자유 한계도 논의돼

일제 식민지배를 부정하는 주장들이 학술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로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저서 ‘제국의 위안부’의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이라는 구절을 학문의 자유로 인정한다는 1심 판결을 뒤집고 2심 때 벌금형을 선고받은 박유하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1심 법원은 “학문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라며 “공적인 사안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에 대해서는 활발한 공개 토론을 통해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을 뒤집고 박 교수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가 박 교수의 주장을 학문의 자유로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박 교수는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일제강점기 식민통치를 정당화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처벌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주장까지 학문의 자유로 보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독일식 역사 왜곡 금지법’을 발의했다. 법안은 형법에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를 비롯하여 일제강점기 식민통치와 침략전쟁 행위에 대해 왜곡·찬양·고무 또는 선전하는 자’를 처벌하도록 명시하고, 정보통신망법상 불법 정보에 역사왜곡을 포함시켜 온라인에서의 유통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독일 형법 제130조는 ‘나치의 폭력적, 자의적 지배를 승인하거나 찬양하거나 정당화해 피해자의 존엄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공공의 평온을 교란한 자는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한편 연세대 내에선 류 교수를 옹호하는 성명이 나오고 있다. 최근 학내 보수성향 커뮤니티 ‘트루스포럼’은 “대한민국에서 학문의 자유가 모든 사안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며 “(류 교수는)어떤 주제는 잘못 건드리면 약자들에 의해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다는 걸 정말 몰랐나”라고 발표했다. 류 교수의 연구실 문 앞에도 “대학은 아무리 논란이 되는 주제도 학술적 이성으로 접근하고 자유롭게 논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며 “주장이 불쾌하고 부당하다면 대학이라는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더 강력한 논거로 맞서는 것이 옳다”는 대자보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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