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진영다툼으로 변질된 '조국 정국'…문재인정부 규탄 vs 검찰개혁 촉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 장관 딸 장학금 의혹, 한국당 나 원내대표 딸 입시 의혹 동시에 도마 위에 올라

세계일보

'검찰개혁 촉구' 서초동 집회와 '조국 반대 및 문재인 정부 규탄' 광화문 집회를 두고 여야가 '수(數)싸움'하며 상호 비방을 계속하자 자칫 '조국 사태'가 여야 진영싸움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여야는 4일 자유한국당과 보수단체들이 전날 광화문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과 문재인 정권 심판을 주장하며 개최한 대규모 집회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여당은 이번 집회를 '군중 동원집회'로 평가절하하면서 제18호 태풍 '미탁'으로 인한 피해가 큰 상황에서 한국당이 장외집회에 나선 것을 두고 공당으로서의 책무를 져버렸다고 공격했다.

이에 맞서 야당은 지난 1987년 6월 당시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맞선 '넥타이 부대'에 빚대 평범한 시민들의 집회였다면서 문 대통령이 국민의 명령에 응답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일제히 한국당의 광화문 집회에 맹폭을 퍼부으면서 서초동 촛불집회와의 선긋기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동원 집회에만 골몰하며 공당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며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오로지 정쟁에만 몰두하면서 자기 지역구의 태풍 피해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제 집회에서 제1야당 인사들이 도를 넘는 막말을 남발했다. 국가 원수에게 '제 정신' 운운한 것은 아무리 정쟁에 눈 어두워도 정신나간 사람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태풍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한국당은 예정대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의원 중 일부는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 자랑하는데 여념이 없었다"며 "한국당에 묻고 싶다. 그렇게 좋냐. 한국당은 참 마음이 편하구나, 민생을 말로만 하는구나를 또 한번 느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당은 광화문 집회를 통해 민심을 확인했다며 정권 퇴진 요구에 문 대통령이 응답할 때라고 맞섰다.

황교안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광화문 집회에 대해 "국민을 분열시키고 법치를 농락하고 국정을 농단하는 정권에 대한 국민심판이었다"며 "10·3 국민주권 대투쟁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제 길로 돌려놓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실정 및 조국 심판'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평범한 국민들이 더 이상 못참겠다고 하면서 황금 같은 휴일을 포기하고 나온 대규모 집회다. 정치사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라며 "묵묵히 각자 일에 충실하면서 살아가는 침묵하는 중도우파 시민들이 나선 것이다. 지난 87년 '넥타이 부대'를 연상케 하는 정의와 합리를 향한 평범한 시민들의 외침"이라고 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서초동 집회 이후 여당이 가당치 않은 200만(명) 운운하며 민심을 왜곡했는데 이제와서 (집회 인원이) 적고 많은 건 본질이 아니라고 한다"며 "일국 장관이 불리할 때 가장노릇한 것도 모자라 여당이 유리할때는 200만, 불리할 때는 본질이 아니라는, 스스로 부끄럽고 민망한 태세 전환"이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 퇴진 요구에 있어 한국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바른미래당도 광화문 집회에 담긴 민심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손학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및 확대간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거리로 쏟아져나오는 우리 국민 민심을 엄중하게 읽어야 한다"며 "조국 특권과 반칙, 문 대통령의 오만, 독선에 분노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박근혜 퇴진에 나선 사람들 이래 최대 인파"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광화문과 대학로는 그야말로 불공정과 비상식의 상징 조국 장관과 그를 임명하고 옹호하는 문 대통령과 여권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며 "공정과 정의를 바라는 상식적 국민들의 함성이었고 청와대를 향해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외침이었다"고 했다.

여야가 이 같은 공방을 벌이자 결국 문희상 국회의장이 나서 쓴소리를 냈다. 문 의장은 "분열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 선동의 정치가 위험선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연이어 가을 태풍과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국민의 상심과 피해가 너무 크다. 국민은 국회와 정치권을 바라보고 있는데 국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밝혔다고 한민수 국회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그는 "정치 지도자라는 분들이 집회에 몇 명이 나왔는지 숫자놀음에 빠져 나라가 반쪽이 나도 관계 없다는 것이냐. 국가 분열, 국론 분열이 한계선을 매우 넘는 위중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자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분노에 가장 먼저 불타 없어질 곳이 국회라는 곳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며 "서초동과 광화문의 집회로 거리에 나선 국민의 뜻은 충분히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여야 정치권이 자중하고 민생과 국민 통합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의 2일 교육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는 조 장관 딸의 장학금 의혹과 한국당 나 원내대표 딸의 입시 의혹이 동시에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당이 조 장관 딸의 서울대 환경대학원 및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수령을 놓고 공세를 펼치자, 민주당이 지적장애인인 나 원내대표 딸의 입시 문제를 쟁점화하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