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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조국이 진보 갈라놓다···"무조건 비호 안된다" 자성론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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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로 뭉쳤던 진보 다른 목소리

‘무조건적 비호는 안된다’ 자성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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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일대가 자유한국당과 범보수단체 등이 각각 개최한 조국 장관 퇴진 촉구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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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 안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공개적인 “사퇴 요구”도 서슴지 않는다. 한국 현대사에서 공정·정의·평등의 가치를 중시해온 해당 진영이 조 장관을 놓고 ‘사퇴냐’ ‘수호냐’ 쪽으로 갈라지면서 파열음을 내는 모양새다.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단일대오로 똘똘 뭉쳤던 진영이었다. 일각에서는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집안싸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참에 진보가 변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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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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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사퇴하는 게 바람직”



국내 대표 진보성향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정책위원장을 맡은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난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거취문제에 대해 이런 소신을 밝혔다. 한국의 경제와 정세가 상호불신에 뿌리내린 진영 대결로 세월을 보낼 만큼 한가롭지 않다면서다.

박 교수는 “검찰 개혁 입법 과제의 국회 통과를 위해서라도 조 장관은 지금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방안지시에 대해 검찰이 수용 의지를 드러낸 상황에서 검찰개혁 완수를 이유로 조 장관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국회에서 야당의 강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취지다.

그는 또 “검찰의 의도가 ‘검찰개혁 방해’였는지 아닌지(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엄정한 수사인지)는 조 장관 후임 인사와 앞으로 검찰 개혁 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라며 “만약 검찰의 의도가 잘못된 것이었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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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은 지난달 8일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직 수행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자진 사퇴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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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조국 사퇴 성명



1989년 설립한 경실련은 최저임금 인상, 서민주거 안정운동 등을 벌여온 시민단체다. 이 단체는 앞서 지난달 8일 ‘조국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바람직하다’라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회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경실련은 “의견수렴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공지글을 홈페이지에 띄웠다. 하지만 종전 입장을 거둬들이지는 않았다. 박 교수는 이런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개인 의견”임을 전제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경실련에서 조 장관에 반대하는 성명이 발표된 후 ‘탈퇴하겠다’ ‘실망했다’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며 “지역 경실련 중 충주 경실련은 ‘중앙 경실련과의 관계도 고려하겠다’며 강경 반응을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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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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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율, 조국 비판했다 징계위 회부돼



앞서 참여연대 핵심 인사도 조 장관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쏟아 냈다. 김경율 참여연대 전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른바 ‘조국 가족 펀드’와 관련한 의문과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급기야 지난달 29일에는 조 장관을 향해 “적폐청산 컨트롤 타워인 민정수석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 드셨다”는 쓴소리도 마다치 않았다. 조 장관을 둘러싼 비리 의혹에 침묵하는 시민단체 리더들을 향해서는 “위선자” “구역질 난다” 등 직설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회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참여연대는 김 전 집행위원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김 전 위원장 징계건을 두고 진보 지식인들 사이에서 참여연대 측을 향한 비판도 나왔다. ‘88만원 세대’로 잘 알려진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나야 욕먹고 사는 게 삶이라 그냥 살지만, 김경율은 참여연대 징계위원회로 갈 건인지 잘 모르겠다”며 “우리가 시민운동을 왜 했는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이런 건 좀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전날(2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조 장관 등을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 센터는 최순실 씨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고발해 국정농단 사건을 촉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수는 아니지만, 센터 홈페이지에는 고발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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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동양대 교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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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진보가 거의 기득권 돼 버렸다는 느낌"



하지만 조 장관에 대한 진보 진영의 ‘맹목적인 감싸기’를 두고 일각에선 ‘진보 진영이 일그러졌다’는 자성적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인 인사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다. 그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진보가 거의 기득권이 돼 버렸다는 느낌이 든다”며 “젊은 세대들한테 정말 미안하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김규항 칼럼니스트 역시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흥미로운 것은 ‘진보적’ 중간계급 인텔리의 행태”라며 “이른바 ‘중간계급의 이중성’을 참으로 교과서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보 진영의 주장대로) 검찰이 지나친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설령 지나치다 하더라도 그게 조국의 ‘적임자 아님’을 부정할 이유는 아니다.

그는 “(조 장관을 수호해야 한다는 등의) 그들의 논리는 합리성과 거리가 먼 일종의 ‘논리적 야바위’다”라고 꼬집었다.



"국면 전환의 1차적 책임 대통령·여당"



조국 장관 사태 국면 전환의 일차적 책임·의무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박상인 교수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조국 사태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양분되고 있으며 이런 양분이 지속되면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가 생길 수도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도 정치인도 국민과 국익을 우선해 생각하고 건강한 토론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노력을 할 때다”며 “이런 국면 전환의 책임과 의무는 일차적으로 대통령과 여당에 있다”고 말했다.

이후연·권유진·김민욱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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