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요시다 쇼인에서 아베 신조까지 일본 근현대사 추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현섭 교수 신간 '일본 극우의 탄생 메이지 유신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올들어 한일 관계는 1965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인지 두 나라 관계는 더욱 민감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신조 일본총리는 일본 우익의 창시자이자 정한론(征韓論)의 선봉자인 요시다 쇼인(吉田松陰·1830~1859)을 가장 존경한다며 메이지 유신을 재현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혔다.

'한반도를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한 요시다 쇼인은 진구황후가 삼한을 정벌했다는 설화를 하나의 사상으로 정립해 조선 침탈의 근거로 삼았다. 그는 제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러시아나 미국 같은 강국과는 신의를 돈독히 해 우호 관계를 맺고,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조선과 만주, 중국은 영토를 점령해 강국과의 교역에서 잃은 것을 약자의 착취로 메우는 것이 상책이다"고 강변했다.

일본회의나 신도정치연맹과 같은 우익 정치인과 지식인의 마음속엔 이런 메이지 유신이 상존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에게 메이지 유신은 가장 화려한 시대, 다시 재현해야 할 영광이다.

연합뉴스

정한론의 원조 '요시다 쇼인' 상




연합뉴스

2013년 8월 정한론의 원조 요시다 쇼인을 기리는 신사에서 참배하는 아베 신조 일본총리



일본 문제 전문가인 서현섭 나가사키 현립대학 명예교수는 신간 '일본 극우의 탄생 메이지 유신 이야기'에서 일본의 근대화와 침략전쟁의 시발점인 메이지 유신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와 그 배경을 밝힌다.

이 책은 메이지 유신을 하나의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일본사의 전체 맥락에서 파악한다. 길게는 진구황후의 삼한정벌까지 거슬러 올라가 메이지 유신 이전과 이후를 살피며 메이지 유신이 가능하게 한 일본의 풍토를 분석한다. 이와 함께 근대화라는 긍정적 자산이 침략주의라는 위험한 유산으로 변질돼 가는 과정도 들여다본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 메이지 유신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흘러간 역사, 일본의 역사에 국한된 게 아니라 오늘의 대한민국에까지 그림자를 드리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번 신간은 연대기적 서술 방식을 버리고 44개 역사적 장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메이지 유신 전후 상황은 물론 현재의 한일 관계의 근저를 통찰케 한다.

저자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극우사상 저변에는 메이지 유신 주역이자 정한론 원조인 요시다 쇼인에 대한 종교적 정념과 같은 존경심이 깔렸다. 또한 정치·외교에서는 요시다 쇼인과 이토 히로부미를 떠받든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의 신념과 정책을 답습한다.

아베 총리는 2013년 "침략에는 정해진 정의가 없다"는 말로 과거의 침략 행위들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그해 말에 야스쿠니 신사를 보란 듯이 참배했고, 이듬해엔 위안부 연행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등 역사 뒤집기를 되풀이해왔다.

아베 총리의 거침없는 언행은 일본의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 '전후처리'가 서둘러 봉인됨으로써 면죄부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그중 첫 번째는 반성과 배상의 기회를 봉인해 버린 제도적 장치, 즉 쇼와 천황의 불기소를 결정한 '도쿄재판'이고, 두 번째는 일본에 관대한 강화를 규정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이다. 이 두 가지 봉인 장치가 있었기에 오늘날 일본은 지엄한 역사의 진실을 외면한 채 큰소리를 친다.

이런 점에서 2015년 일본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과거의 정리는 화해를 위한 전제다"고 아베 총리에게 한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A급 전범 혐의로 수감된 기시 노부스케는 석방 후 정계에 복귀해 수상직에 올랐고, 그의 외손자인 아베는 최장기 집권 수상이란 기록을 경신해간다. 독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서 교수는 "최근 아베 정권은 군사대국화로 나가며 한국을 경시하는 '신(新) 탈아입구(脫亞入歐)론'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번 책에서 동아시아 문명권에 속한 일본이 메이지 유신이라는 이름의 근대화에 이르는 역사적 흐름을 개괄적으로 풀어보려 했다"며 "근대화의 맹아로 볼 수 있는 에도 시대의 면면과 260여 개의 번으로 구성된 봉건국가 일본이 '일본은 하나'라는 인식으로 전환해 통일국가 성립으로 매진하는 과정도 살폈다"고 밝힌다.

주일한국대사관 발령을 계기로 일본과 인연을 맺은 저자는 주일대사관 참사관, 후쿠오카 총영사, 요코하마 총영사를 지냈고 '일본은 있다', 일본인과 에로스', '일본인과 천황', '근대조선의 외교와 국제법 수용' 등의 관련서도 집필해왔다.

라의눈. 368쪽. 1만6천800원.

연합뉴스

일본 극우의 탄생 메이지 유신 이야기



id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