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등 150여개 中기업 뉴욕에 상장
시가총액 무려 1438조원 달하는데
중국기업 미 상장폐지설까지 나와
美재무부 "당장은 아냐" 논란 진화
중국 기업 "유럽가면 그만이지" 기싸움
나스닥, 규정 강화 中기업 IPO 제한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만나 미중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무역전쟁 관련된 양국의 협상은 아직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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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는 중국 기업의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중국은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오는 1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양국이 기선제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등 미 주요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들의 대(對)중국 자본 투자를 막기 위해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업체를 상장 폐지하거나 미국 공적 연기금의 중국 투자를 차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에 미 재무부는 28일 “그런 계획은 없다”고 공식 부인하면서도 “현재로서는(at this time)”이라는 단서를 달며 여지를 남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은 중국 기업의 상장폐지안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라고 해석했다. 현재 미 증시에는 알리바바, JD닷컴, 바이두 등 150여 개 중국 기업이 상장돼 있고, 시가총액을 모두 합치면 1조2000억 달러(1438조원)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기업 상장폐지 소식에 알리바바 주가는 하루만에 5% 넘게 하락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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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다음날인 29일 중국 금융당국은 “중국 금융 시스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 시장 개방의 단계를 올리고, 해외 기관 및 해외 자본의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은 트럼프의 방해에도 해외 자본 유치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이라고 풀이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만약 미·중 무역 갈등이 관세·기술·환율 분쟁을 넘어 ‘자본시장 전쟁’으로 확대되더라도, 중국이 받는 타격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씨티은행은 “만약 중국 기업이 미국 금융 시장에서 퇴출당한다고 해도, 유럽·아시아와 일대일로 대륙 국가에서 자금을 조달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텐센트, 샤오미 등 최근 중국 기업들은 상장 시 미국 대신 홍콩을 택했고, 런던 금융시장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오히려 미국 금융 시장에 불똥이 튀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닝 칭화대 금융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을 상장폐지 시킨다면, 미국이 예전처럼 개방적인 시장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서 “글로벌 투자자의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만약 미국이 중국의 돈줄 죄기 방안을 실행에 옮긴다면, 미국에도 재앙이 될 것”이라며 “폐쇄적인 시장으로 가는 길”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미 주식시장 나스닥이 승인 절차 지연 등의 수단으로 중국 중소기업의 기업공개(IPO)를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29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과 첨단 기술을 둘러싼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는 시기인 만큼, 나스닥의 중국 기업 IPO 규제는 양국의 금융 분야에서의 충돌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지난해 중국과 무역 전쟁을 촉발한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폭탄’을 시작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중국 통신장비 제조 업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것은 물론, 지난 8월에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하며 환율전쟁을 경고한 상태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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