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살처분·소독작업 총력…정부 고강도 대응 예고
'꼼꼼하게 차량방역' |
(강화=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27일 오후 인천 강화군 초지대교.
강화도를 육지와 잇는 2개 교량 중 하나인 이곳에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통행 차량 소독작업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
군부대 초소를 방불케 하는 방역·소독 초소에서는 소독약이 쉴 새 없이 살포됐다. 일대 도로는 소독약 탓에 마를 틈 없이 흥건하게 젖어 소나기가 흠뻑 적시고 난 뒤의 모습과 흡사했다.
전신에 방역복을 입고 마스크로 무장해 표정조차 보이지 않는 방역 담당자들의 모습이 팽팽한 긴장감을 더했다.
1㎞ 길이의 다리를 건너 강화도에 진입하자 또 한 곳의 소독지점이 나왔다. 이곳에서는 더 꼼꼼하게 소독작업이 이뤄져 교통 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인천의 고요한 섬마을인 강화군이 돼지열병 확산으로 초비상 사태에 놓였다.
강화도에서는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국내 최초로 돼지열병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철통같은 방역 저지선을 구축해 돼지열병의 인천 상륙을 막겠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나 24일 강화군 송해면, 25일 불은면, 26일 삼산면과 강화읍, 27일 하점면 등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강화도 곳곳에서 확진 농가가 늘어나며 돼지열병이 속수무책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강화도에서 살처분됐거나 살처분될 예정인 돼지는 15개 농가 1만2천584마리로 늘어났다. 강화도에서 기르고 있는 돼지 3만8천1마리의 33%에 이르는 규모다.
초지대교에 설치된 돼지열병 차량소독 안내 대자보 |
강화도에 들어서자 돼지열병 확산 예방을 위해 이동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대자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도로 옆으로 펼쳐진 황금색 논 사이사이 샛길에는 주민들은 온데간데없고 소독약을 내뿜으며 달리는 방역 차량만 보였다.
돼지열병이 국내 8번째로 확진된 강화읍 한 양돈농장에 다다르자 살처분 작업을 위해 땅을 파는 굴삭기의 육중한 소리가 들려 왔다.
당국의 출입 통제 지침에 따라 농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살처분 현장을 바라보니 흰색 방역복 차림의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번 살처분은 구제역 등 다른 동물 전염병 때와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로 돼지들을 질식시킨 뒤 매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돼지 980마리를 살처분한 강화읍 월곳리 농장의 운영자 A씨는 "이곳은 민통선 바로 밑 지역이고 강화도에서도 외딴곳인데 돼지열병이 확진되다니 황당하다 못해 기가 막힌다"며 "말할 상황이 아니니 더는 말하지 않겠다"며 침통한 심정을 내비쳤다.
살처분 작업 진행되는 강화 양돈농장 |
강화에서만 나흘 연속 돼지열병 확진 농장이 5곳이나 나오자 다른 농장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돼지열병의 감염경로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본섬이 아닌 서쪽 석모도 폐 농장까지 번지면서 농장주들은 외부 연락이나 접촉을 꺼리고 있다.
국내 9번째로 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의 주인 심모(56)씨는 "태풍 링링 때 축사 80∼90%가 망가졌다. 태풍을 거치면서 돼지들의 면역력이 떨어져 ASF까지 걸린 것 같다"며 "태풍에 돼지열병까지 맞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부가 합당한 수해복구비를 줬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강화군에서 돼지열병이 더욱 확산하자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방역상황 점검 회의에서 "(강화군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정부의 고강도 대응책을 예고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어떤 경로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강화군에서 집중적으로 있는 상황"이라면서 "강화군에 대한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 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현황 |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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