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청, 책정했던 7800만엔 교부 취소
정부 눈치보는 진짜 '표현의 부자유' 초래
지난달 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손에 '표현의 부자유전' 팸플릿이 들려있다. 아이치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의 전시 중단 결정에 따라 이날부터 전시장은 닫힌 상태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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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사태로 논란을 빚고 있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국제예술제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26일 결정했다. NHK 등에 따르면 일본 문화청은 ‘전시장 안전과 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태를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당초 책정했던 보조금 7800만 엔(약 8억6000만원)을 교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예술제 조직위 측은 소녀상 전시를 포함한 ‘표현의 부자유’ 기획전에 대한 협박이 있다는 이유로 개최 3일만인 지난달 3일 전시를 중단했다. 이를 놓고 일본 국내에서 논란이 일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菅義偉)는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전시회) 심사 시점에선 구체적인 전시내용에 대한 기재가 없었다”며 “보조금 교부 결정은 사실관계를 확인, 조사한 뒤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일본펜클럽 등은 ‘정부가 문화행사에 대해 정치적인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크게 반발했다.
실제 보조금 지급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일본 시민단체와 문화단체가 느끼는 위협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다음달 14일까지 전시가 계속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어서 일본 문화계가 느끼는 충격이 크다. 일각에선 앞으로 정부 눈치만 보는 진짜 ‘표현의 부자유’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헌법학자인 기무라 소타(木村草太) 수도대학도쿄 교수는 이어 “보조금 교부는 예술작품으로서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번과 같은 이유로 교부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통한 특정 사상 표현에는 원조하지 않도록 배제 (조치가) 나올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안전을 해쳤기 때문에 보조금을 교부하지 않게 되면, 협박을 받은 피해자를 추가로 공격하게 되는 것”이라며 “협박은 범죄이므로 경찰이나 사법기관이 적절히 대응해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번 예술제의 총사업비는 12억 엔으로, 이 중 6억 엔은 아이치현이 2억엔은 전시장이 있는 나고야시가 각각 부담한다. 중앙정부 보조금 비율 자체는 높지 않지만, ‘표현의 부자유’ 전 관련 비용이 420만 엔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주최 측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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