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트뉴스 ‘컬렉터 톱200’ 선정 갤러리스트 신홍규씨
어릴 적 농구선수가 되려고 미국에 갔다가 예술에 빠져 갤러리스트가 된 신홍규 신갤러리 대표. 사람들은 갤러리스트인 그가 화려한 삶을 살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는 평범하고 검소한 일상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Maya Lin |
국제 미술계 중심지인 미국 뉴욕은 갤러리 한 곳이 문을 열면 네 곳이 닫는다고 한다. 전쟁터와 같은 이곳에 6년 전 23세 한국인 청년이 뛰어들어 지금은 유명한 갤러리스트인 래리 가고시안과 함께 소개되는 컬렉터가 됐다. 그 주인공은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트에 있는 신갤러리의 대표 신홍규 씨(29)다.
신 씨는 이달 둘째 주에 발간된 세계적 미술잡지 아트뉴스(ARTnews)의 톱200 컬렉터 특집에 소개됐다. 1902년부터 발행된 아트뉴스는 매년 컬렉터 200명을 선정해 특집판을 발간한다. 올해 처음으로 갤러리스트 겸 컬렉터를 선정했는데 신 씨는 가고시안, 이완 워스(하우저&워스 갤러리), 아니 글림셔(페이스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 등 세계적 갤러리스트와 함께 언급됐다.
최근 전화로 만난 그는 “갤러리 비즈니스의 경우 화려한 면만 보고 살아남는 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간과한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한국인으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미술품 보존학을 공부하던 그는 2013년 갤러리를 열었다. 독특한 안목과 기획력으로 빠른 시간에 주목을 받았고, 특히 뉴욕에서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작가 위주로 전시를 구성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로 트렌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 기준은 ‘미술사적 중요성’이고, 이를 위해 신발이 닳도록 작품을 보러 다니고 있습니다.”
그는 이근민 작가처럼 국내에서 외면받은 작가를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로 발굴해 해외에 소개했다. 최근에는 장미셸 바스키아(1960∼1988)와 함께 활동한 리처드 햄블턴(1952∼2017)을 재조명했다. 그가 아트뉴스에 소개한 것도 자신이 소장한 햄블턴의 작품 ‘오프닝’이다.
신홍규 신갤러리 대표가 소장품으로 소개한 리처드 햄블턴의 1983년 작품 ‘오프닝’. 신갤러리 제공 |
“갤러리를 막 열었을 때, 왜소한 체격의 남자가 불쑥 들어와 미술 이야기를 해서 친해졌어요. 그러다 어느 날 작업실에서 쫓겨났다기에 제 갤러리 공간을 내주고 작업하게 했죠. 당시 현대미술을 잘 몰라 좋은 친구로만 지냈는데, 그가 스트리트 아트에서 이름 있던 햄블턴이었어요.”
햄블턴과의 만남이 낭만적으로 들린다는 이야기에 그는 “작가와 친구처럼 지내면서도 능력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관계가 오히려 필요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10대 때부터 온라인으로 작품을 구매하며 감식안을 키워 ‘영재(prodigy)’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지금까지 모은 소장품은 기원전 3세기 이탈리아 북부 카노사 유물부터 동시대 작가의 작품까지 다양하고, 이 중 100여 점이 미술관에 대여돼 전시되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산 19세기 일본 판화도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선보였다.
좋은 작품을 구별하는 기준을 묻자, 그는 대뜸 ‘농구’를 예로 들었다.
“제가 농구를 좋아하는데, 농구 책을 열심히 봐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저는 좋은 작품을 보면 몸으로 먼저 느껴요. 물론 미술사적 맥락을 알기 위해선 책도 함께 봐야 하죠. 그래서 예술이 특별한 것 같아요.”
그는 당장 국내에 돌아와 활동할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 경북 경주에 ‘디아 비컨’ 같은 세계적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예술을 ‘돈’이 아닌 시대의 반영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저는 작품을 ‘투자’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안타까워요. 작품이 없어도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거든요. 그러니 돈이 아니라, 시대를 감지하게 해주는 도구로서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졌으면 해요. 그러면 더 많은 의미가 보이거든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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