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에서 24일 방역당국 차량이 농장 주변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김포 = 한주형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난 16일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병한 뒤 일주일간 정부는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서훈 국가정보원 원장이 ASF 발생 원인으로 사실상 북한을 지목했다. 남북 관계와 국내 대북 여론 악화 등을 감안하기에는 국내 축산농가가 입을 피해가 너무 커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ASF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곳이 임진강변"이라며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감안해 소독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북한에서 ASF를 공식 인정한 게 5월이었다. 그 뒤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여러 가능성을 상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 원장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ASF로 북한 평안북도 돼지가 전멸했다"며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이 상당히 확산됐다는 징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5월 북한이 국제기구에 ASF 발병을 신고했고, 그 이후 방역이 잘 안 된 것 같다"며 "정보를 수집하고 공동 방역하는 차원에서 투 트랙으로 협조가 이뤄지길 희망하지만 북한이 미온적으로 대응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북한에서 오염물질이 흘러들어 왔을 가능성에 대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는 임진강과 한강 하구 합류점에서 채수(採水)와 검사를 다음달 초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또 민통선을 포함한 접경 지역 14개 시·군 주변 하천과 도로 등을 대상으로 집중 소독을 실시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군 제독차, 보건소 연무소독차, 드론 등 62대가 동원된다. 멧돼지를 통한 감염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도 연천 발생 농장 주변에 포획 틀을 설치해 검사도 진행 중이다.
다만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유입됐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해도 정확한 경로를 파악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외국 사례 등을 근거로 국내에서 ASF가 발병한다면 북한에서 넘어온 야생 멧돼지 접촉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해왔다. 하지만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 5곳 모두 멧돼지 접근을 막는 울타리가 있었다. 잔반(음식물 찌꺼기)도 주요 감염 원인 중 하나다. 발병국에서 불법으로 반입된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가공식품이나 남은 음식물을 돼지에게 먹여 감염될 수도 있다. 그러나 농가 5곳 모두 잔반이 아닌 사료를 먹이는 곳이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건 최초 발병지인 파주 농장과 2차 연천, 3차 김포, 4차 파주 농장 간에 차량이 오갔다는 사실 정도다. 이러한 차량 출입 관계를 가지고 정밀검사를 벌이고 있지만, 김포 농장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도 며칠 뒤 확진 판정을 받아 허점을 노출했다. 이에 대해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비육돈(소비자용)으로만 샘플 검사를 했기 때문"이라며 "모돈(어미돼지)에 대한 샘플 조사도 강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 밖에 정부가 차량 이동 정보 파악에 사용하는 국가동물방역 시스템 '카히스'는 위치기반기술(GPS)이 부착된 축산 차량 외에는 움직임을 알 수 없고, 그마저도 개인정보 보호 문제 때문에 축산 관련 활동에 한해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일주일 가까이 잠잠해 소강 국면을 기대하게 했던 ASF가 다시 창궐할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이날 낮 12시를 기준으로 전국 돼지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 차량 등을 대상으로 전국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했다. 지난 19일 오전 6시 30분부로 해제된 지 닷새 만이다.
이어 정부는 파주·연천·김포·포천·동두천·철원 등 6개 시·군에 한정됐던 중점관리지역을 경기도·인천시·강원도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점관리지역은 다시 경기 북부(연천·파주·강화 등 10개 시·군), 강원 북부(화천·양구 등 4개 시·군), 경기 남부(서울·남양주·안성 등 20개 시·군), 강원 남부(춘천·원주 등 13개 시·군) 등 4대 권역으로 나뉘어 권역 간 돼지와 분뇨 이동이 금지된다.
권역 내 출하라도 수의사 임상검사 후 승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민간 임상수의사 동원령을 발령하기로 했다. 다만 도축된 돼지고기는 개복(開腹) 과정에서 감염 여부 확인이 가능해 타 권역으로 이동이 허용된다. 3주간 질병 치료 목적 외에 수의사·컨설턴트·사료업체 관계자 등 출입도 제한된다.
한편 우리나라 자체적인 백신 개발·연구 상황과 관련해 김현수 장관은 "연구는 하고 있지만 ASF 바이러스 구조가 굉장히 복잡해 시간 많이 걸려 당장 활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섭 기자 / 김정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