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간 힘겨루기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이모(56)씨가 ‘처제 성폭행·살인사건’을 저지른 이후에도 제대로 된 직접 조사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살인사건 간 범행 수법이 무척 유사했음에도 화성사건 수사팀과 청주 경찰이 피의자 이송을 놓고 비협조적이었음이 알려져 부실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이씨는 처제를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자신의 집으로 불러 성폭행하고 둔기로 머리를 4차례 내려친 뒤 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어 사체를 집에서 880m 떨어진 곳에 스타킹·끈·속옷 등으로 묶어 유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한 수법이다.
화성사건 수사팀은 당시 이씨의 화성본가를 압수수색한 청주 경찰과 연락까지 했지만 직접 조사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화성사건 수사팀이 청주 경찰에 이씨를 데려와달라고 요청했지만 청주 경찰 측에서 ‘(이씨를) 직접 데려가라’고 하자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여죄 수사는 피의자를 검거한 사람이 하는 것이 형사의 기본 원칙이다. 발생한 경찰서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피의자를 검거했으면 유사 사건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맞춰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청주 경찰이) 화성 경찰에 연락했는데 왔다, 안 왔다 하는 것은 형사 상식으로는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용의자와 이씨의 신발사이즈가 달라 수사 선상에서 빠졌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신발 사이즈는 당시 탐문 수사에 참고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사 기록이 15만여 장 정도 되는데 당시 수사를 제대로 했는지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수사본부의 최우선 목표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실 규명이다. 과거 수사의 적정성 여부 등은 추후 면밀히 분석해보겠다”고 말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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