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다나은신경외과 정택근 원장
고령 환자의 경우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증상이 동반된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척추관)가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초기에 증상을 발견하고 약물·주사·도수·운동 치료를 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간 방치하면 협착이 심해져 넓은 범위의 감각 소실, 근력 저하, 대소변 장애 등으로 악화한다. 장기간 보존적 치료를 시행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치료 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한 경우라면 수술을 권유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고령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기력 저하뿐 아니라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전신마취 후 수술을 받으면 여러 합병증 발생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우리 병원은 고령 환자의 합병증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병변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 있는 근본 치료 개념의 내시경 치료를 널리 시행하고 있다. 수년 전에 이미 92세의 초고령 협착증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한 경험도 있다. 내시경으로 위와 장 병변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시술 방식을 척추관협착증 치료에 도입해 ‘단일통로 협착증 내시경 시술(PESS)’로 완성했다.
그동안 척추관협착증 치료는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됐지만 단 하나의 통로를 이용해 병변을 집중적으로 제거하는 치료 방식은 PESS가 유일하다. 기존 시술법보다 절개 범위가 현저히 작기 때문에 조직 손상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수면마취를 통해 고령·만성질환자도 부작용 없이 받을 수 있다.
PESS 시술은 첨단 장비와 숙련된 의사의 합작품이다. 30도 사선으로 기울어져 있는 특수 내시경을 이용해 좌우 양쪽을 한번에 볼 수 있도록 했고, 신경을 압박하는 조직을 제거하는 데는 지름 3㎜의 미세한 드릴을 사용한다. ㎜ 단위의 정밀한 시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집게보다 세밀한 조작이 가능한 드릴이 효과적이다. 인대 조직 등을 효과적으로 갈아서 없앨 수 있고 마찰열을 이용해 시술 시 발생하는 출혈을 줄여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PESS를 배우기 위해 필리핀·인도·러시아·멕시코 등 각국의 의료진이 시술법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한국은 이미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PESS 시술은 다 같이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디딤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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