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40여일 앞두고 목표액 초과 달성… 2020년 1월 출간 예정
19일 일본의 크라우드 펀딩 전용 사이트 레디 포(Ready for)에 올라온 ‘세계에서 읽히는 위안부 만화 풀을 번역ㆍ출간하고 싶다!’는 프로젝트. 레디 포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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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려진 만화 ‘풀’이 일본에서도 출간될 전망이다. 일본에서 해당 만화를 번역해 펴내려고 시작한 크라우드 펀딩이 마감을 40여일이나 앞둔 19일 목표액을 일찌감치 넘으면서다.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도 시민연대를 통한 교류와 협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날 일본의 크라우드 펀딩 전용 사이트 레디 포(Ready for)에 올라온 ‘세계에서 읽히는 위안부 만화 풀을 번역ㆍ출간하고 싶다!’는 프로젝트는 인쇄와 제본, 번역 등을 위한 목표액(145만엔)을 넘긴 166만6,000엔(한화 약 1,800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의 마감 기한인 10월 30일보다 무려 41일이나 앞서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이날까지의 참여자 수는 156명이다. 만화 ‘풀’은 16세의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바탕으로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 평화 운동가이자 인권 운동가로 살아온 한 여성을 그려낸 김금숙 작가의 작품이다. 영어와 프랑스어로는 이미 번역돼 출간됐고, 이탈리아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등의 언어로도 나올 예정이다.
이번 크라우드 펀딩을 주관한 ‘풀 일본어 출판위원회’는 일본에서 1990년대부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던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도쿄 신주쿠(新宿)에 있는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의 이케다 에리코(池田惠理子) 명예관장, 오카하라 미치코(岡原美知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히로시마 네트워크 사무국장 등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다룬 만화 '풀'의 표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
출판위원회 측은 ‘풀’을 “할머니의 삶을 그리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전시 성폭력 문제에서 여성의 인권까지 독자의 상상력을 이끄는 힘이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만화 기자ㆍ비평가 협회(ACBD)가 시상하는 2019년 아시아만화상 2개 부문에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이 문제는 여성 인권 문제”라며 “만화를 통해 우리는 전 세계 여성의 인권 문제로 이어질 보편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 해결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포함한 모든 인권 존중과 평화 사회의 구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라우드 펀딩 방식은 다양하다. 1만엔(한화 약 11만원)을 내면 추후 일본어판 ‘풀’을 1권 받을 수 있고, 이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는 일본에서 열릴 예정인 작가의 북콘서트에 초대받을 수 있다.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들이 사는 한국의 ‘나눔의 집’에 방문하는 펀딩도 있다. 관련 크라우드 펀딩이 성공하면서 만화 ‘풀’의 일본어판은 내년 1월 초판 2,000권이 나올 예정이다. 당초 목표일보다 일찍 모금액을 달성함에 따라 3,500엔(한화 약 4만원)이었던 예정 판매가격을 낮추기 위한 추가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된다. 출판위원회는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 세대들도 더 많이 이 만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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