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 중국 화웨이의 런정페이〈사진〉 회장이 1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및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미국 등 서방 기업에 전면 개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자신들의 5G 기술과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화웨이의 5G 기술이 중국 정부를 위한 스파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의심을 해소하고 5G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런정페이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미국 등 서방 기업이 독자적인 5G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화웨이의 기술을 공유하겠다"면서 "(화웨이로부터) 독립적으로 5G 제품을 생산·설치·운영하고, 그들의 사정에 맞춰 우리의 5G 기술을 변형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5G 통신장비의 개발과 제조, 판매에 필요한 기술을 외국 기업에 모두 공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런정페이 회장은 "이를 통해 (화웨이에 의한) 정보 유출 우려도 가라앉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화웨이는 올해 5월 미국 정부의 수출입 통제 리스트에 오르면서 미국과 그 동맹국인 유럽·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판매가 급감했다. 또 이 제품들 생산에 필요한 서방의 최신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기술을 조달할 수 없게 돼 이미 갖고 있는 구식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런 회장은 미국의 대(對)화웨이 제재가 본격화된 지난 5월만 해도 자사의 5G 기술에 대해 "기술에 자신 있고 (전 세계에서)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이 여기서 생산해 달라고 부탁해도 가지 않겠다"고 했다. 한국 정보통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 세계에서 5G 관련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 올해 3월 기준 화웨이가 전 세계 5G 특허의 15%를 소유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핀란드 노키아가 14%를, 삼성전자가 13%를 갖고 있다.
정철환 기자(plom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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