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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인터뷰]‘대세’ 정해인 “일희일비 않고 단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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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배우 정해인. 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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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사전적 정의는 ‘큰 권세’다. 연예인에 대해 대세라는 표현이 부적절할 수 있지만, 인기와 그에 따른 영향력도 하나의 권력이니 어느 정도 맞는 표현이다. 어쨌든 요즘 남성 배우, 더 넓게는 남성 연예인 중 대세는 단연 정해인(31)이 아닐까 싶다.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밥누나), MBC 드라마 <봄밤>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정해인이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스크린에서 또 한 번 멜로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달 말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정해인은 타이에 핀까지 착용한 어두운 네이비블루 정장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일반적으로 카메라가 없는 언론 인터뷰 때 배우들은 티셔츠나 셔츠 같은 다소 편한 복장으로 임하는 경우가 많다. ‘덥지 않냐’는 한 기자의 인사 겸 질문에 그는 “하나도 안 덥다”고 웃으며 답했다. 차를 타고 이동하니 덥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어지는 답에서 정해인이 어떤 인물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는 “전 양복이 제일 편하다”고 했다. 실제로 정장을 즐겨 입는 것 같기도 했고, 조금이라도 흐트러지지 않기 위한 가장 편한 복장이 정장이라는 점에서 편하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약 50분간 한 치 흐트러짐 없었던 정해인과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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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한 장면. 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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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은 “상업영화 주연은 처음”이라고 했다. 독립·단편영화에서 주연을 한 적이 있는 그는 이인좌의 난을 그린 영화 <역모- 반란의 시대>(2017)에서 주연을 맡은 바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누적 관객 3만명으로, 사실상 거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다. 이 때문에 첫 주연작이라 말한 것 같다. <임금님의 사건수첩>(2017) <흥부>(2018) 등에도 조연으로 출연했던 그는 “큰 화면에서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고 신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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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한 장면. 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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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열의 음악앨범>은 아는 언니와 함께 제과점을 운영하는 미수(김고은), 그리고 아픈 과거를 안고 있는 현우(정해인)의 사랑 이야기다. 영화 속 배경이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라 ‘레트로 감성멜로’로 불린다. 영화에는 당시를 떠올릴 수 있는 노래들이 곳곳에 삽입돼 있다. 정해인은 “제가 워낙 아날로그적 감성을 가지고 있다. 필름 카메라도 좋아하고, 노래도 예전 노래를 좋아한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확 끌렸다”고 말했다.

약 10년간의 세월을 그린 이 영화에서 정해인은 고등학생, 아르바이트생, 군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내면적으로도 그동안 드라마에서 선보이지 않았던 여러 감정을 드러낸다. 그는 “<유열의 음악앨범>은 제가 가진 다양한 모습이 담긴 작품이라 생각한다. 우울한 청춘도 담겨 있고, 아름다운 청춘도 담겨 있고, 열정 넘치는 청춘도 담겨 있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 속 현우는 자신이 간직하고 싶은 순간은 필름 카메라로 찍어두는 습관이 있다. 실제 정해인도 몇가지 습관이 있다고 했다. “먹는 음식을 찍는 습관이 있다. (웃음) 또 잠들기 전 누워서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되짚어 본다. 그리고 내일 뭘 해야할지 계획을 세우고 잠든다. 좀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라며 ‘이불킥’(이불을 발로 차며 후회하는 행위)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항상 지나고 나면 아쉬움이 크다.”

영화 속 현우는 말하기 힘든 상처로 인해 다소 음울하며 말 수가 적은 인물이다. 실제 정해인도 나서길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는 까불 까불했는데, 중학교 가면서 성격이 조금씩 차분해졌다. 주변 인물들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대체적으로 튀지 않는 성격이었다. 나서기 좋아하고, 끼가 있는 성격이 아니라 중·고등학교 친구들이 제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 ‘믿기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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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의 한 장면. 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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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은 지난해 <밥누나>로 갑자기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꽤 오래 전부터 꾸준히 연기 경험을 쌓아 왔다. 대학을 방송연예과로 진학한 그는 학내 연극·뮤지컬 활동을 하며 연극제에도 나갔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연예기획사에 들어가 연기를 배웠다. 그러다 2014년 방영된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로 데뷔했다.

그는 “전 데뷔 이래 단 한 순간도 연기를 쉬어본 적이 없다. 너무 힘든 순간도 있었다. 어쩔 수 없지만 잘된 것만 기억하고 잘 안 된 작품은 모르시기 때문에, 그래서 갑자기 혜성처럼 ‘짠’하고 등장한 것처럼 느끼실 것 같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정확히 <밥누나> 이후다. 감사한 일이다. 그 전에는 ‘한 번 하고 싶어요’ ‘써주세요’라고 하다 이제는 작품(대본)이 들어오니 너무 감사하다. 사실 꾸준히 묵묵하게 작품을 지금까지 해왔는데 주변환경이 바뀐 것이고, 저는 바뀐 게 없다. 김해숙 선배님이 ‘배우할 거면 멀리보라’고 하신 말씀이 있는데, 항상 가슴 속에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한 연예기획사에서 ‘연기해볼 생각 없느냐’며 건넨 명함 한 장이었다. 정해인은 이후 몇 번의 ‘기적’을 겪어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연예학과에 합격한 것이 기적이었다. 또 군대에서 죽을 뻔한 일을 넘기고 무사히 전역한 것도 기적”이라고 말했다.

운전병으로 복무했던 그는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경부고속도로에서 운전 중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2차선에서 운전하던 차량의 시동이 갑자기 꺼진 것이다. 군용차량이라 잘 움직이지 않는 무거운 핸들을 억지로 움직여 갓길에 정차하려 차선 변경하는 중 뒤에서 오는 덤프트럭과 충돌할 뻔 했다. 그는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찰나였는데 시간이 아주 느리게 느껴졌다.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봐 바로 말씀 못 드리고, 나중에 휴가 나와서 (사고 날 뻔한 것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정해인은 현 소속사(FNC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간 것과 TV로 데뷔한 순간, 그리고 영화관의 큰 스크린에서 자신의 얼굴을 본 순간을 나머지 기적으로 꼽았다.

연기력 논란은 배우에게 가장 아픈 지적이다. 이에 대해 그는 “그런 반응이 당연한 것이 생각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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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해인. 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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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인은 큰 인기에 취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다잡고 있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제 습관대로 잠들기 전 하루를 되짚어보다 머리가 쭈뼛 선 적이 있다. 그렇게 간절하게 바라던 일을 지금 하고 있는데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불평과 힘듦을 토로하고 있더라. 그때 소름 돋았다. 계속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 꿈이 연기를 건강하게 오랫동안 하는 것이다. 건강한 것도 쉽지 않은데 오래하려면 주변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본질이 단단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정해인은 <유열의 음악앨범>에 이어 영화 <시동>으로 다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조금산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어설픈 반항아 두 명이 세상 밖으로 나와 진짜 ‘어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정해인은 “계획한 건 아닌데 멜로를 계속하게 됐다. <시동>은 아예 다른 모습이다.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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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해인. 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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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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