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정의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효력은 점점 더 상실해가는 것이 현실이다. 결혼하고도 경제 사정 등의 이유로 가족을 만들지 못하는 이들을 포함해 ‘싱글’로 남은 사람들을 저자는 ‘가족 난민’이라고 부른다.
가족 난민 형태는 다양하다.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와 동거할 수밖에 없는 비자발적 미혼자부터 노부모의 연금 수입에 의존하다 부모가 돌아가신 후 가족과 사회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중년까지 차고 넘친다.
특히 비혼층의 증가가 현대 사회의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면서 전통적인 가족에 대한 가치 개념도 희미해지고 있다.
저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싱글화를 생애미혼자의 증가, 만혼·이혼·사별에 의한 싱글 기간의 장기화로 설명한다. 이로 인해 가족이나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이 감소하고 예전처럼 친밀한 관계 구축이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고립된 싱글들이 증가하면서 가족 난민도 대량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생애미혼율이 25%에 이를 정도고 2040년에 이르면 연간 20만명 이상의 싱글이 고립사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개념과 가치관으로는 가족 존재 방식을 더 이상 정의할 수 없게 된 배경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사회의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3배 이상 빨라 오늘의 일본은 가까운 미래의 한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저자는 가족 난민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남편은 직장, 아내는 가사’라는 가족 정의가 시대 변화에도 바뀌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표준가족 형태를 정상가족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를 것을 규범으로 사는 관행이 역설적으로 가족 구성 자체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얘기다.
대안은 정상가족을 전제로 설계된 복지제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것이다. 저자는 “복지 정책의 기본 단위로 설정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해 가족이나 파트너가 없더라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이나 친족이 아니어도 의지가 되는 사람들끼리 거주 공간을 공유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정의와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가족 난민=야마다 마사히로 지음. 니시야마 치나, 함인희 옮김. 그린비 펴냄. 224쪽/1만5000원.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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