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대학 '캠퍼스'의 기적과 환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캠퍼스 혁신파크 선도사업의 경제지리적 조건

왜 캠퍼스인가?

지난 8월 29일 교육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는 3개 부처 공동사업인 '캠퍼스 혁신파크 선도사업' 대상 대학으로 강원대학교, 한남대학교, 한양대학교 ERICA를 최종 선정‧발표했다. 관련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의 목적은 대학 유휴 부지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정하고, 단지내 기업입주 시설 신축 지원, 정부의 산학연협력사업 및 기업역량강화사업 등에 집중하여 대학을 지역 혁신성장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데 있다.

이번 사업 공모에는 총 32개 대학이 제안서를 제출하여, 10대 1을 상회하는 치열한 경쟁률을 보였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3개 부처가 협력하면서까지 대학에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자 했으며, 대학들은 왜 이 사업을 유치하기 위하여 공모에 열정적으로 참여했을까?

이에 대한 가장 중요한 답은 대학생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기업에 대한 혁신지원일 것이다. 다음으로는 산업입지의 변화이다. 굳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논하지 않더라도, 2000년대 이후 산업입지 선호지역이 도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변해오고 있다.

이는 우리를 비롯한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세계적 추세이다. 즉, 디지털 혁명이후 기업유형은 협업형 소기업 중심의 혁신형 창업이 활성화되고 있고, 이 기업에서는 창의‧협동형 인재들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에 가장 적합한 공간 유형인 입지적 특성은 도심이라는 것이다. 도심에 기업이 입지해 있으면, 생산, 지원, 문화 등 다양한 복합시설들이 집적해 있는 혜택을 기업주와 근로자 모두가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기업혁신과 기술혁신이 공간혁신과 결합되어야 경쟁력 확보와 증진이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가장 적합한 입지가 도심에 입지한 대학의 유휴부지이다.

이와 함께 대학들의 참여 동기는 캠퍼스 내부에서 기업과 함께 할 수 있는 현장 밀착형 산학협력에 대한 필요성 증대,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2019년 교육부 자료 기준 2014년 대학 입학생 12만 명 감소)에 따른 대책 마련, 대학이 지니고 있는 유휴부지 활용 등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미국의 스탠포드대학교가 실리콘밸리의 기적을 이끌었던 것처럼, 정부가 선정한 대학들이 캠퍼스 혁신파크의 기적을 이룰 수 있을까?

캠퍼스의 기적과 환상

대학이 지역 성장을 이끈 사례는 세계적으로 많다. 사실 국내에서도 첨단산업 중심의 성장 동력 창출 사례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면, 대학이 특정 지역에서 거대 기업 역할 이상으로 지역발전을 주도해 온 성장 동력 주체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의 주요 목적은 기존 대학이 담당한 성장 동력에 보다 혁신성을 부여하고, 대학과 기업의 협업을 통해서 배움터와 일터 간의 공동 혁신을 추구하는데 있다. 그리고 대학이 보유한 근린생활시설에 대한 탁월한 접근성(삶터, 쉼터, 놀이터)까지 활용하면서 '일터-배움터-삶터-쉼터-놀이터'가 결합된, 신봉건주의적 자본주의 혁신공간을 창출해내는 데 있다.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이는 충분히 캠퍼스의 기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학생들의 지역 잔존율을 높이면서 산학협력 사업의 선순환을 그려 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이는 환상에 불과할 것이다. 정부의 대학 사업 중 기적을 바라고 투자한 사업이 환상으로 끝난 사례는 항상 존재해 왔다. 또한, 대학 자체의 사정으로 인해서 구조조정이 되어야 할 대학들이 정부의 산학협력 자금으로 수명을 연장시키면서 교육을 파행적으로 이끌어 온 사례는 많다.

심지어 필자가 제시한 우리나라 정부주도형 지역산학협력정책의 악순환 구조를 고려해 보면 '캠퍼스의 환상'의 가능성은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림 1, 정성훈, 2015, 한국의 정부주도형 지역 산학연협력 정책에대한 비판적 고찰, 한국지역지리학회지, 21(4), p.632.) 이에 캠퍼스 혁신파크의 성공을 위한 몇 가지 조건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정성훈, 2017, 캠퍼스 산학협력단지의 경제지리적 조건, 한국지역지리학회지, 23(3), pp.450-458.)

프레시안

▲ 그림 1. 정부주도형 지역산학연협력 주체들의 악순환 구조와 시각적 차이. 정부의 투자는 지속되지만, 대학, 기업, 연구원 간 시각적 차이로 인해 서 정부주도형 지역 산학연협력 사업이 실패로 귀결되는 악순환 구조를 제시한 것이다. ⓒ정성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캠퍼스 혁신파크 선도 사업의 성공을 위한 경제지리학적 조건

무엇보다도 첫 번째 조건은 대학-기업 간 산학협력, 즉, 연계가 필수적인 요소이다. 캠퍼스 혁신파크의 입주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대학교수들과 이미 연계를 맺었거나 연계를 맺을 의향이 강한 기업이어야 한다. 이는 현행 대학 내 이루어지는 몇 몇 사업들처럼 대학이 기업에게 오로지 부지만 제공하여 산학협력이 저하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에서 제안한 것이다.

둘째, 산업 선정의 문제이다. 이는 산업 차원에서 '캠퍼스 특화산업' 및 '캠퍼스 전략산업'을 선정하여 산학협력활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에 해당 된다. 이는 정부가 지정하는 특정 산업에만 얽매이지 말고,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대학이 지니고 있는 다양성과 자율성의 잠재력을 인정하여 산업발전의 경로 다양하게 확보해야 함을 의미한다.

셋째, 인력양성 및 채용과 연계된 '일자리 창출-유지형' 산학협력의 활성화이다. 이는 대학의 고유한 영역(인력양성)과 기업(채용)의 고유한 영역이 캠퍼스 혁신파크를 통해서 접합점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유형의 산학협력은 대학 교수와 기업 간 산학협력을 대학생과 대학원생으로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아울러 분사창업(spin-offs)의 적극적인 계기가 되어 창업의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산학협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단지 내 입주 기업들의 채용 의무제(예를 들면, 기업 당 최소 1∼3명 내외의 채용 의무 할당) 이행과 이에 해당하는 인력에 대한 대학의 현장 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의 내실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캠퍼스 혁신파크 운영에 있어서 수익 창출과 분배의 방식에 관한 것으로, 이는 산학협력을 통하여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 경제 간 결합을 의미한다.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의 중요한 목적은 민간 기업들처럼 수익 창출에만 초점을 둔 것이 아니다. 이는 혁신적 기업 유치 또는 창업이라는 공급 측면의 접근과 수요측면(예를 들면, 일차적으로는 대학생들을 비롯하여 나아가 일반인들의 일자리 창출)의 접근을 결합하여 산학협력이라는 사회경제를 통해서 공간적 선순환을 이루는 것이 최대의 목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이 조성된 단지가 수익 창출을 위해서 임대사업으로 전락하는 것은 대학이 '땅 장사'에 나서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캠퍼스 혁신파크를 통한 수익 창출은 대학과 기업을 중심으로 산학협력이 활성화되어 기업은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대학은 대학 교수의 연구실을 중심으로 창업, 학생들의 취업, 연구개발 기능 강화, 연구개발 과제의 지속성과 이에 따르는 다양한 성과를 누리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수용 가능한 범위까지의 국비 증가, 기존 프로그램과의 중복성 배제 또는 효율성 확보, 대학의 책임 있는 운영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자 : 정성훈 강원대학교 교수, 한국경제지리학회장

- Copyrights ©PRESSia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