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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쇼핑몰·영화관 '북적'…고향 안가는 사람들, 무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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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김상준 기자, 정경훈 기자, 임소연 기자, 조해람 기자] [추석 연휴 첫날인 12일, 직장인·취업준비생·노인 각자 방식으로 추석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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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첫 날인 12일 노량진역 인근 독서실에서 공무원, 공기업 준비생 등이 공부에하고 있다. /사진=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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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예원씨(23)는 이번 추석 연휴에 부모님만 고향에 보내고 홀로 서울에 남았다. 명절 때마다 어머니가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 앞으로는 따라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씨는 서울에서 점심, 저녁으로 약속을 잡아 친구들과 함께 추석 연휴를 보낸다. 이씨는 "밤에는 집에서 혼자 영화를 보면서 아무 걱정 없이 푹 쉴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8)는 시험공부를 위해 서울에 남았다. 이날도 이씨가 공부하는 독서실에 있는 자리 300석이 모두 꽉 찰 만큼 수험생이 많았다. 이씨는 "명절에 친척들이 '아직도 취업을 못 했냐'며 눈치 주는 것이 싫어서 고향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명절인 추석 연휴가 시작됐지만 고향을 찾지 않은 채 서울에 남아있는 사람도 많다. 긴 연휴를 본인의 방식대로 보내는 만큼 그들의 이야기도 각양각색이다.

우선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추석 연휴를 스스로 재충전하거나 공부를 위한 시간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잠실의 한 대형 서점에는 책 읽는 공간이 가득 찼고 각종 쇼핑몰과 영화관도 사람들도 붐볐다.

연휴 동안 읽을 책을 사러 서점을 찾은 직장인 이민영씨(28)는 "여름 휴가도 제대로 못 가서 이번 연휴에라도 쉬지 않으면 연말까지 낙이 없다"며 "잠깐 친구를 만나고 집에 가면 절대 침대에서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혜진씨(23)는 "내일 혼자 뮤지컬을 보러 갈 계획"이라며 "명절 연휴에는 여유가 있어 취미생활 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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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첫 날인 12일 서울 한 대형서점을 찾은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사진=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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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나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은 긴 연휴에도 마음껏 쉴 수 없는 처지다. 서울 주요 대학가와 학원가에는 곧 있을 시험을 위해 준비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숙명여대 4학년 학생 채모씨(23)는 "한 번도 명절 연휴에 내려가지 않은 적이 없지만 올해는 자기소개서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양해를 구했다"며 "연휴 때 도서관에 가는 건 너무 갑갑해 카페에 와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만화카페에서 만난 대학생 홍모씨(25)는 "상반기에 취업이 안 돼서 올해는 고향에 내려가기 싫었다"며 "추석에는 취업 걱정 없이 만화를 보면서 푹 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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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후문 근처에 모인 노인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사진=조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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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갈 고향도 마땅히 만날 자식도 없는 노인들은 하나둘 탑골공원으로 모였다. 후문 근처엔 한꺼번에 10개가 넘는 장기판이 펼쳐졌고 다들 진지한 얼굴로 훈수를 두고 있었다. 다른 한쪽에는 찢어진 박스를 테이블 삼은 술판에선 서로 수다를 떨었다.

이날 점심 탑골공원 앞 무료급식소에는 평소보다 많은 약 230명이 찾았다. 이곳에서 봉사를 하는 손모씨(66)는 "연휴 기간이라 주변 급식소 몇 곳이 쉬면서 밥 먹는 분이 조금 늘었다"고 했다.

일주일에 4번 정도 탑골공원을 찾는다는 조모씨(66)는 "자식이 있긴 있는데 자기 밥벌이도 못 하고 연락도 가끔 한다"며 "여기에 놀러 오면 비슷한 연배에 비슷한 사람들이 있어서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김영상 기자 video@mt.co.kr, 김상준 기자 awardkim@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조해람 기자 doi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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